재일동포 출신 김성근 한화 감독이 기억하는 한국의 첫인상은 이렇다. “일단 너무 더웠고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었다. 담벼락 등에 총알 자국도 있었다.”
김 감독은 1959년 8월, 재일동포학생야구단 모국방문경기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쪽발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20여일 동안 모국에서 생활하면서 그의 미래는 바뀌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한국말 교습을 받았고 이듬해 영구귀국했다. 그는 “모국방문경기가 없었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재일동포학생야구단 모국방문경기가 처음 시작된 해는 1956년이었다. 대한야구협회 이신득 이사장은 당시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재일동포학생야구단의 방문은 야구 보급을 위해서도 큰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이를 계기로 우수한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된다면 대한 야구계에 많은 플러스를 가져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일동포학생야구단은 과감한 주루플레이, 바운드 없는 총알 송구 등 한발 앞선 야구 실력을 선뵀다. 당시 동포 팀을 이끈 이수진 감독은 한국 고교 팀에 대해 “포수는 몸쪽, 바깥쪽 조절을 잘해야겠고, 투수는 슈트가 없는 것 같다. 수비도 공을 앞에서 잡지 않고 발 쪽에서만 잡으려 한다. 방망이를 잡는 것도 모두 제멋대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일동포학생야구단의 방문은 한국전쟁 뒤 정체됐던 고교야구에 기술적, 이론적인 도움을 주면서 한국 야구가 다시 꽃필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모국방문경기는 이후 40년 넘게 이어지며 부자가 대를 이어 선수로 참가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체류비 등의 문제로 1997년 이후부터는 중단됐다.
3월 개봉 예정의 독립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재일동포학생야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국의 그라운드 위에 울려 퍼지던 ‘고향의 봄’을 아직까지도 기억해 읊조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현재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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