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사랑한다’는 말은 황홀하고도 무겁다. 책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짝사랑이 아니라면, 관계로서의 사랑은 책임과 함께 성장하고 끝난다. 사랑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능동성이 유지될 때까지가 사랑의 시효다. 사랑은 동사다. 명사로서의 사랑이 어딘가 있고 그 사랑에 텀벙 빠져버리는 게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은 ‘하는’ 것이다. ‘사랑하므로’ 당신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고, 당신이 더 잘 꽃필 수 있게 돕고 싶고, 나의 존재가 당신에게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잘 살고 싶은 것이다. 사랑은 화엄이다. 지극히 노력하며 서로 꽃피는 것이다. 식욕을 채우듯이 성욕을 채우기 위해 사랑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가장 큰 모독이다. 자신의 편리대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안정을 위해 사랑의 말을 동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말을 함부로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의 말을 의심해보라. 나는 정성을 다해 사랑을 ‘하고’ 있는가. 시효가 끝났는데도 사랑이라고 우길 때 삶은 남루해진다. 시효가 끝난 사랑을 제도에 묶어두고 또 다른 누군가들과 ‘썸 타며’ 사는 삶은 어쩌면 더 남루하다. 사랑하는가. 사랑하고 싶은가. 정직하게 자신과 직면하고 사랑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다할 때 빛바래가는 사랑일지라도 ‘리뉴얼’이 가능하다. 사랑으로 맺은 인연은 힘이 세기 때문이다. 사랑은 책임이라는 스스로의 무거운 무게 때문에 존재를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가치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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