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버드맨>에서 주인공 리건(마이클 키턴)은 딸 샘(에마 스톤)으로부터 “아빠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는다. 리건이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얘긴데, 요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난이다.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디지털 세상에 자신의 일상을 전시하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좋아요’를 누른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심리 정치>에서 페이스북을 “디지털 교회”라고 부른다. ‘좋아요’는 “디지털 아멘”이다. 자신의 일상과 정보를 헌금처럼 자발적으로 갖다 바치는 디지털 신도들은 “모두가 자기 자신의 파놉티콘이 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지만 모두들 스스로의 자본가가 되어 ‘자가착취’에 여념이 없다. “신자유주의는 좋아요-자본주의다.” 빅브러더 페이스북과 정보당국은 편하게 앉아서 정보를 긁어모은다. “스마트폰이 고문실을 대신한다. 빅브러더는 이제 친절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좌파 미디어학자 로버트 맥체스니는 <디지털 디스커넥트>에서 빅브러더의 세계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국가는 디지털 군산복합체를 이루어 정보를 공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인 리베카 매키넌은 페이스북과 구글을 페이스부키스탄과 구글돔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게걸스럽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이 바라는 미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벌써 나와 있다. 길거리의 전자 광고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인식해 개인별 맞춤 광고를 제공한다.(‘어머 마쓰모토씨, 지난번 그 코트 보러 오셨어요?’) 추적을 피하려면 영화의 주인공 존 앤더턴(톰 크루즈)처럼 눈알을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한병철은 ‘디지털 백치’가 되자고 권한다. 문제는 전지전능한 ‘디지털 전체주의’가 백치를 그냥 놔둘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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