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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국민연금 탄생의 업보 / 이근영

등록 2015-05-24 18:36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서기 6년에 ‘아에라리움 밀리타레’라는 군인기금을 만들어 20년 군역을 마친 군단병에게 연금을 지급했다. 정복전쟁과 내전 기간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이어서 제대 뒤 ‘사회불안 세력’으로 전화하지 않도록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 은행가인 로렌초 데 톤티는 프랑스 루이 14세 치하이던 1653년 ‘톤틴’이라는 제도를 제안했다. 정부가 설립한 톤틴에 가입자들이 일정한 자금을 투자하고, 정부가 이 자금을 운영하면서 일정한 투자수익을 가입자에게 평생 배당하는 방식이다. “짐이 곧 국가”라던 ‘태양왕’ 루이 14세는 유럽동맹군과 치를 전쟁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톤틴을 이용했다.

통일 독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는 1889년 노동자들을 위한 강제적인 노령연금을 도입했다. 지금의 보편적 공적연금제도의 탄생이지만, 사회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사회 혼란 때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이 많다고 오판할 수 있는 계층이라면 이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당시 독일 남성 노동자의 평균 여명이 45살에 불과해 70살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는 노동당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주창한 베버리지보고서를 근거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뒤 사회안정 욕구가 큰 시기였다. 연대주의가 강한 독일에서 개인의 소득에 기댄 공적연금제도가 탄생한 반면, 개인주의가 발달한 영국에서 연대주의적인 연금제도가 탄생한 것은 흥미롭다.(<연금의 진화와 미래> 보험미래포럼)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효시인 ‘국민복지연금법’(1973년)도 중화학공업 육성에 필요한 국내자금 조달에 목적이 있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국민연금법 제1조)이라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금정치 업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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