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가짜’를 가리키는 말인 ‘사이비’(似而非)는 <맹자>에 나온다. ‘진심’ 편에서 맹자는 제자 만장에게 공자가 인간상을 분류한 방법을 설명해준다. 공자는 ‘중용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君子)과 함께하고 싶으나, 이를 얻기 어려우니 차선으로 ‘광자’(狂者, 뜻은 높으나 실천이 그에 못 미치는 사람), 그다음으로 ‘견자’(광자처럼 진취적이진 않으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를 꼽았다. 이와 달리 “내 집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지 않아도 조금도 유감이 없는” 인간들이 있으니, 이들은 ‘향원’(鄕原)이다. 향원은 “동네에서 별다른 허물을 드러내지 않고 점잖게 지내는 사람”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공자는 “덕(德)을 해치는 자들”이라며 이들에게 맹렬한 증오를 나타냈다.
공자는 왜 향원을 미워했을까?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꼬집어 비난하기도, 공격하기도 어렵지만, 향원은 타락한 세상에 빌붙고 타협한다. 겉으로는 충성과 신의가 있고 행동하는 바도 깨끗해 보여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신도 그렇다고 여기지만, 결코 성인의 도리를 행할 수 없다.” 또 “이들은 ‘이 세상에 났으면 이 세상에 맞춰 살 뿐, 좋으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무리”라고 평가했다. 향원은 광자처럼 실천을 못다 할지언정 높은 뜻을 내세우지도, 견자처럼 독불장군으로 불릴지언정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판에만 신경 쓰는 위선자’다. 그렇기에 공자는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라며 이들을 미워했다.
보도를 빌미로 광고를 받아내는 언론은 이전부터 ‘사이비 언론’이라고 비판받았다. 요새는 ‘유사언론’이라는 말이 쓰인다. 최근 한국광고주협회에서 유사언론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영향력이 큰 매체들은 빼놓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매체들만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반대로 광고를 앞세운 기업의 ‘언론 길들이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보도와 광고를 연결하고, 거래의 대가로 삼는 것이 유사언론의 핵심 문제다. 바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향원의 태도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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