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피지피(PGP) / 최원형

등록 2015-08-09 18:38

민권 변호사 출신 저널리스트인 글렌 그린월드는 2012년 12월 ‘킨키나투스’라는 사람으로부터 전자우편을 받았다. 킨키나투스는 엄청난 특종 제보를 약속했지만, 계속 대화를 하려면 먼저 컴퓨터에 ‘피지피’(PGP)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설치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내주는 킨키나투스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그린월드는 여러 이유로 피지피를 설치하지 못했고, 연락도 흐지부지 끊겼다. 다섯달 뒤 그린월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미국 정보기관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감시 행위들을 조목조목 폭로한다. 그린월드는 <가디언>에 첫 보도를 실은 뒤에야 자신과 피지피를 사용해 대화하고 싶어했던 킨키나투스가 바로 스노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 좋은 사생활’(Pretty Good Privacy)의 머리글자인 피지피는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우편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1991년 필립 지머먼이 개발했다. ‘공개 키’ 방식으로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암호화하기 때문에 제3자가 엿보기 어렵다고 한다. 지머먼은 9·11 테러 사건 뒤 국가가 개인의 모든 생활을 들여다보는 대량 감시 사회가 올 거라 예상했고,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인 피지피를 개발하고 공개했다. 그는 피지피 때문에 정부 허가 없이 암호화 프로그램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국가안보국의 조사를 받는 고역까지 치렀다.

지머먼과 스노든 사이에는 국가가 내세우는 거짓 ‘국익’에 맞서 개인이 ‘정보 주권자’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흐른다. 그러나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감시의 황금시대’를 만끽하는 현실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가정보원이 사들여 논란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 회사 ‘해킹팀’의 솔루션은 피지피로 암호화된 전자우편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 대상의 스마트폰·컴퓨터에 아예 스파이웨어를 심어두는 적극적인 ‘해킹’이기 때문이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