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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용산(龍山) / 박찬수

등록 2015-09-16 18:44수정 2015-09-17 18:18

서울에서 용산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시골에서 갓 올라온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가운데 하나다. 미군기지 때문에 정체돼 있다가 2004년 기지 이전이 확정된 이후에 고급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며 집값이 강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됐지만 원래 용산(龍山)은 말 그대로 산 이름이다. 용을 닮았다는 산, 용산은 어디일까?

용산은 만리동고개에서 공덕동을 지나 마포대교 부근 한강에 이르는, 용산구와 마포구의 경계를 짓는 구불구불한 능선을 말한다. 낮은 봉우리를 여럿 형성하다 한강으로 쑥 내려가는 형세가 용이 누워서 머리를 강에 대고 물을 먹는 형상이라 하여 용산이라 불렀다. 구불구불한 등허리 위에 효창공원이 있고, 공덕동의 한겨레신문사도 그 언저리쯤에 있는 셈이다. 한강을 향해 고개 숙인 용의 콧잔등 부분엔 조선시대 신숙주의 별장 담담정이 있었다. 원래 안평대군이 지은 건데 나중에 세조가 일으킨 계유정난의 공신 신숙주의 손에 들어갔다. 안평대군은 이 정자에 1만여권의 책을 쌓아놓고 한강을 내려다보며 시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용의 허리를 끊은 건 일본이었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군수물자를 만주로 실어나르기 위해 용산역을 출발해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을 건설했다. 일본은 용의 허리에 해당하는 새창고개(공덕로터리 부근)를 15m 깊이로 절개해 철도 선로를 설치했다. 그 뒤 용의 기운이 쇠하면서 강북 지역엔 큰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렇게 끊긴 용의 허리가 다시 살아났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절개됐던 새창고개 능선을 복원하고 이 일대를 공원과 숲길로 조성해 다음달 1일 준공식을 한다. 100여년 만에 잘린 용의 허리를 이었으니 서울 강북에서 큰 인물이 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꼭 인물이 나지 않더라도 용산에서 한강으로, 또 경의선 숲길을 따라 홍대 넘어 연남동까지 산책로가 생겼으니 좋은 일이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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