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수학·통계학과가 운영하는 ‘맥튜터수학사’ 누리집은 기원전 2000년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수학 역사를 간략하게 기술해 놓았다. 49명의 수학자가 언급돼 있는데, 동양인은 한 명도 없다. 물론 누리집에 생애와 업적이 소개된 세계 수학자 2564명 가운데에는 중국인 43명, 일본 34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현대인이지만 고대와 근대 인물들도 꽤 있다. 한국인으로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을 가졌던 수학자 이임학(1922~2005)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수포자’들이 수학을 낯설어하는 게 이해가 될 법하다.
중국의 경우 위나라 학자 유휘(220~280)가 쓴 수학책 <구장산술>은 1천년 동안 쓰였으며, 남북조시대의 조충지(429~500)는 서양보다 앞서 원주율을 소수점 7자리까지 계산해냈다. 일본의 뉴턴이라 일컫는 세키 고와(세키 다카카즈·1642~1708)는 라이프니츠보다 앞선 연립방정식 풀이법을 창안했다. 우리는 성리학에 얽매여 유학자들이 멀리하는 바람에 수학이 발달하지 못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조선 숙종 때부터 여덟 차례나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1646~1715)은 <구수략>이라는 책에 마방진의 일종인 ‘직교라틴방진’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스위스 수학자 오일러(1707~1783)보다 최소 61년 앞선 것이다. 마방진은 일본 ‘스도쿠’의 원형으로,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일정한 합이 나오는 조합을 말한다.
세종 때 집현전 학사로 간의대(국립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해 <칠정산 내편>을 펴낸 김담(1416~1464)은 독자적인 역법으로 1년의 길이를 365.2425일, 한 달을 29.530593일까지 계산했다. 칠정산은 7개의 움직이는 별 곧 해와 달, 수·금·화·목·토성을 계산한다는 의미다. 고등과학원은 김담 탄생 600돌을 기념해 24일 학술대회를 연다. 조상들의 ‘수학 실력’을 널리 알리면 수포자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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