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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지도자의 애칭 / 여현호

등록 2015-11-23 18:45

나폴레옹의 애칭은 ‘작은 하사관’(le Petit Caporal)이었다. 부검 기록에 신장 168㎝였다니 작은 키여서 붙인 별명은 아니다. 프랑스어의 ‘프티’(petit)에는 ‘작은’과 함께 ‘사랑스러운’ 등의 뜻도 있다. 1796년 5월 나폴레옹이 원정군 사령관으로 북부 이탈리아 아다 강 근처의 로디 다리에서 오스트리아군과 대치했을 때 직접 깃발을 휘날리며 앞장서 공격해 승리를 거두자, 일선 하사관처럼 함께 전장을 누빈 모습에 감동받은 병사들이 그런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역사상 나폴레옹만큼 휘하 군인들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총사령관은 없었다는 게 정평이다.

애칭은 관심과 친근감이 있어야 존재한다.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은 지금도 ‘호 아저씨’(Bac Ho, 伯胡)로 불리고, 넬슨 만델라는 ‘아버지, 존경받는 어른’이라는 의미의 ‘타타 마디바’(Tata Madiba)로 불렸다. 중국에서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형님’(哥)을 붙인 ‘후거’(胡哥)나 ‘타오거’(濤哥), 혹은 ‘타오타오’(濤濤)로 불렸고, 지금의 시진핑 주석도 산시성 방언으로 아버지·삼촌·아저씨를 뜻하는 시따따(習大大)로 불린다.

한국 정치에서 영문 머리글자가 쓰인 것은 5·16 이후다. 그 이전 정치세대처럼 우남·해공·유석·죽산·운석 등 아호(雅號)를 쓰기엔 어색했던 청년장교 출신 정치인들이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머리글자 제이에프케이(JFK)를 본떠 제이피케이(JPK·김종필)라고 하는 등 약칭을 썼다. 암호를 선호하는 군사문화 탓도 있겠다. 후광 김대중, 거산 김영삼 등이 1980년대 들어 아호 대신 디제이(DJ)나 와이에스(YS)로 불리게 된 것도 쉬쉬하며 그 이름을 불러야 했던 5공의 탄압시대 때 국민의 관심이 그들에게 쏠렸기 때문일 수 있다. 공과가 엇갈리지만 와이에스 서거로 그런 애칭 시대는 끝난 듯하다. 지금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은 누구도 영문 머리글자나 애칭으로 불리지 않는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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