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또 한 해가 지나간다. 스마트폰·인터넷·이메일 덕분에 우체국을 찾을 일도, 사전을 찾거나 줄을 설 필요도 없어졌다. 유례없이 강력한 시간절약 도구를 지녔지만, 시간은 더 없어진 느낌이다. 현대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 수행을 요구받으며 쫓기는 삶을 브리짓 슐트는 <타임푸어>에서 고발했다.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간 부족은 심화된다. 1970년대 스웨덴 통상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스타판 린데르는 “현대사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구매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간 기근’ 현상이라고 이름붙였다. 2011년 미국 갤럽은 “미국인들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현대인이 ‘빨리빨리 병’을 앓고 있다며 “우리가 더 많은 시간절약 도구와 전략을 장만할수록 더욱 시간에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슈테판 클라인은 <시간의 놀라운 발견>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간과는 별관계가 없으며,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세상은 심심하고 한가할 틈을 허락하지 않고 더 많은 시간 일과 오락을 가능하게 한다. 늘 바빴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 뭘 하느라 바빴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날마다 텔레비전을 보느라 저녁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현상을 ‘텔레비전 패러독스’라고 한다.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의 알림은 조작할 시간을 아껴주는 것 같지만,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서비스다. 시간절약 도구의 역설적 진실이다. 시간절약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대신, 한정된 나의 주의력을 어디에 기울일지를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스마트폰의 푸시와 알림을 끄는 게, 내 시간을 되찾아오는 첫걸음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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