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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티무르의 복수 / 황상철

등록 2016-01-10 18:55수정 2016-01-10 18:55

몽골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며 대제국을 건설한 ‘절름발이’ 티무르(1336~1405)가 러시아와 이란, 인도 지역 등을 정복한 다음 칼끝을 시리아로 돌렸다. 인도의 코끼리를 앞세운 티무르의 군대는 1400년 11월 알레포에 모인 맘루크 왕조의 군대를 쉽게 무너뜨렸다.

티무르는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불러 예언자 무함마드의 진정한 계승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티무르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만을 합법적인 계승자로 인정하는 시아파였다. 알리의 아들인 후세인을 680년 이라크의 카르발라에서 살해한 무아위야가 우마이야 왕조를 세웠던 시리아가 티무르의 눈에 곱게 들어올 리 없었다. 그는 ‘무아위야는 강탈자이고, 알리만이 예언자의 적법한 계승자’라고 주장했다. 티무르가 신학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병사들은 알레포의 거리에서 남성들의 목을 잘라 해골 피라미드를 세우고 있었다.

1401년 1월 다마스쿠스에서도 티무르의 군대는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다. 과거 조상들이 알리와 후세인한테 저지른 불경한 죄에 대한 응징이라고 티무르는 주장했다. 시리아에서 물러나면서 알레포를 불살랐는데 알리와 후세인을 추종하는 시아파는 살려줬다.

알리와 후세인은 메카의 하심 가문 출신이었고, 무아위야는 메카의 우마이야 가문 출신이었다. 메카의 정치·경제 주도권을 놓고 다툰 라이벌 가문이었지만, 같은 쿠라이시 부족이었다. 동족에게 살해당한 후세인의 복수를 700여년 뒤 칭기즈칸의 후손임을 자처하며 아시아 대륙을 피로 물들인 몽골인이 대신한 것이다. 수니파에 대해 시아파가 갖는 원한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양대 본산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단절하면서까지 충돌하고 있다. 1300여년 전 무함마드 후계 문제로 시작된 종파분쟁의 격랑이 페르시아만에 다시 일고 있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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