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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도로 국회법 / 정남구

등록 2016-01-24 19:06수정 2016-01-24 21:08

“모난 술잔이 모나지 않으면, 그것이 모난 술잔인가.” 공자의 말이다. 이름이 성립하려면 걸맞은 실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란 게 있다. 법의 정식 명칭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에서 공약하고, 황우여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해 그해 5월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회법을 말한다. 무엇이 ‘선진화’라는 것인가?

우선 예산안이 제때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했다. 새해 예산안은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30일 전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예산 조정 협상에서 야당 쪽에 힘을 실어줬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야당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면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게 했다. 야당이 시간을 끌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게 했다. 지난해 12월엔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느라 예산안 처리가 자정을 넘겨 이뤄지긴 했지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야당은 별 힘을 쓰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의 다른 핵심은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는 데 있다. 국회의장의 의안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등의 경우로 한정했다. 안건을 신속처리하려면 재적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다수당의 날치기 처리, 이를 둘러싸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후진성을 피하자는 뜻이다.

지난해 말 예산안 처리 때 정부와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단맛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노동관련법 개정안 등을 서둘러 처리하지 못하자, 법을 고치자고 개정안을 냈다.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는 경우에도 국회의장의 의안 직권상정을 허용하자는 것이 뼈대다.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부르던 법을 다시 고치면, 그 법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도로 국회법’일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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