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의 승리는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진보의 한 징표인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질문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수긍하는 쪽은 미국 사회가 여전히 뿌리 깊은 성별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1년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존 투비 교수팀의 연구는 그 방증으로 거론된다.
일군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자 단어를 말하게 한 뒤 누가 그 단어를 말했는지 기억하게 했다. 사람들은 특정인까지는 아니지만 흑인 또는 백인이 그 단어를 말했다는 건 대체로 기억했다. 다음엔 여기에 성별 변수를 추가했다. 사람들은 인종보다 남성 또는 여성이 그 단어를 말했다는 걸 훨씬 잘 기억했다. 존 투비 교수는 “인종보다 성별 고정관념을 없애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힐러리(1947년생)와 그를 지지하는 여성 인사들은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힐러리는 대표적인 주류 정치인이고 버니 샌더스는 비주류(아웃사이더)’라는 평가를 힐러리는 이렇게 반박했다. “첫 여성대통령만큼이나 아웃사이더였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너무 많지 않으냐는 질문엔 “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여성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힐러리를 돕는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지옥엔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접근이 성공적인 거 같지는 않다. 뉴햄프셔에서 힐러리는 전체 여성 유권자층에서 7%포인트, 30살 미만 여성층에선 무려 60%포인트나 샌더스에게 뒤졌다. <뉴욕 타임스>는 “유권자들이 남녀차별엔 반대하지만 그것 때문에 표를 찍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2007년과 2012년 한국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놓고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논쟁이 인 적이 있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건, 성별이나 인종보다 역시 자질이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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