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서머스카운티의 탤컷에는 해머를 들고 있는 존 헨리의 동상이 있다. 1872년 완공된 탤컷의 빅벤드 터널 공사에 증기 드릴이 사용되자, 가장 힘센 철도노동자 존 헨리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증기 드릴과 대결을 벌인다. 하루 넘게 걸린 터널 뚫기 대결에서 그는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뒀으나 숨지고 만다. 쉬지 못한 채 너무 힘을 쏟은 탓이다.
기계와의 힘겨루기는 지적 영역으로 확대됐다. 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승리했고 2011년엔 왓슨이 퀴즈쇼의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를 꺾었다. 바둑 한판은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아, 슈퍼컴퓨터도 프로기사를 상대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존 헨리처럼 “기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자부해온 사람의 마지막 영역이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전승으로 꺾고,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냈다. 2500년 바둑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대국이 3월9일부터 5차례 펼쳐진다. 이 9단은 “이번에는 4-1이나 5-0으로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멀리 보면 승부는 결정된 셈이다. 카스파로프는 1996년까지 딥블루를 상대로 거듭 승리했지만, 그 전적은 의미 없다. 그는 컴퓨터에 패한 인간 체스 챔피언일 따름이다. 체스의 인기도 함께 몰락했다. 기계와의 대결은 한번 지면 리턴매치가 무의미하다. 이 9단이 이번에 알파고에게 승리하고 그 뒤 기계에 무너진 호모사피엔스의 대표로 기록되길 바라는 서글픈 처지다. 인간 최후의 영역이라는 분야까지 인공지능에 압도당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일은 무엇인지, 사람이 기계와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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