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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지옹 도뇌르 / 정남구

등록 2016-03-15 20:39수정 2016-03-15 20:54

프랑스 훈장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당시 제1통령이던 나폴레옹이 주창해 제정됐다. 공적을 표창한다기보다는 영예로운 신분을 부여하는 성격이 짙다. 그래서 제정 당시 새로운 유형의 귀족을 부활하고, 프랑스 혁명의 평등 정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훈장 없이 운영해온 공화국이 있으면 가르쳐주시오. 여러분은 이걸 장난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런 장난감이오.” 나폴레옹은 이렇게 설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100만명가량인데,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서 돈과 이익만 밝히는 약사 오메, 코넌 도일이 창조한 탐정 셜록 홈스도 소설 속에서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수훈을 거절한 사람도 꽤 된다. 쇼팽의 연인 소설가 조르주 상드, 물리학자 피에르 퀴리와 마리 퀴리 부부, 화가 클로드 모네, 철학자 시몬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이다.

조르주 상드는 훈장을 주겠다고 하자 “그만둬라, 술집 여자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다. 2009년엔 <르몽드>의 정치부 기자와 <프랑스 앵포>의 기자가 “얽매이지 않고 기자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전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다. <21세기 자본>을 쓴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지난해 “누군가에게 명예를 줄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정부는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고 수훈을 거부했다.

올해는 배우 소피 마르소가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을 처형한) 사우디의 왕세자에게 훈장을 줬다”며, 함께 수훈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최고 훈장을 받는 것보다 거부하는 것이 더 명예로울 때도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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