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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부자병 / 황상철

등록 2016-04-18 21:37

‘부자병’(Affluenza)이라는 말은 1997년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의 ‘부자병으로부터 탈출’ 프로그램과 2001년 나온 책 <부자병> 등을 통해 알려졌다. ‘부유한’(affluent)과 ‘유행성 독감’(influenza)의 합성어다. 책은 부자병을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집요하게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한 과로, 빚, 불안, 낭비가 사회적으로 전염된 상태”라고 했다. 소비 중독증이나 남들한테 뒤지지 않으려는 집착 등 사회병리 현상을 일컬었다.

이 말이 쓰임을 달리하며 공분을 불러일으킨 건 한 명의 ‘금수저’ 때문이다. 2013년 미국 텍사스에서 16살 이선 카우치가 맥주를 훔쳐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24%의 상태로 트럭을 몰고 가다 4명을 치어 죽였다. 그런데 징역형이 아닌 10년의 보호관찰을 받았다. 검찰은 최대 20년형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부모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 카우치가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는 부자병을 앓고 있어 감옥살이가 아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변호인의 손을 들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출판하는 책으로 정신질환 진단에 널리 쓰이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도 없는 부자병을 인정한 법원의 황당 판결에 비판이 쏟아지고 ‘유전무죄’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카우치가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노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멕시코로 도주했다가 붙잡혀 송환됐다. 최근 법원은 성인이 된 그에게 2013년 사고 희생자 한 명에 180일씩 720일간 복역하도록 명령했다. 수주일 안에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 형량을 최종 선고하겠다고 했다. <부자병>의 공동 저자인 존 디그라프는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부자병의 제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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