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맞대고 불고기를 구워 먹던 가족이 옆 테이블에 있었다. 먼저 수저를 놓은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번 어린이날은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아이들은 찡그리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어린이날은 어딜 가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온종일 줄만 섰잖아. 대신 다른 날에 캠핑 가자. 아이들은 더더욱 얼굴을 찡그리고 더 큰 목소리로 투덜댔다. 그 가족의 대화를 듣고서야 오월이 왔구나 했다. 어린이날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진 않지만, 어린이날만 되면 마냥 제 세상인 듯 좋아했다는 기억은 있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도 오늘은 어린이날이잖아요 하고 즐겁게 핑계를 댔다. 오월은 그나마 따뜻했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일 년 중 가장 화사하고 가장 분주하다. 노동절로 시작하여 어린이날이 오면, 다음은 어버이날이다. 색종이로 오려서 만든, 삐뚤빼뚤한 내 카네이션을 자랑스럽다며 가슴에 달고 출근하던 아버지가 따뜻한 기억 속에 고이 저장돼 있었다. 엄마의 낡은 상자 속에는 어버이날마다 자식들이 드린 편지가 고이 간직돼 있다. 올해는 새 티브이를 사드리기로 약속했다. 어버이날 다음은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도 있고 성년의 날도 있다. 그리고 그다음.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다. ‘민주화’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기념일’이라는 단어도 생경하게 다가온다. 기억하고 생각한다는 게 무엇일까.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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