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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석유 황제의 퇴장 / 황상철

등록 2016-05-11 21:39

1947년 12살 소년은 형이 죽자 형이 일하던 자리인 ‘아라비안 아메리칸 석유회사’(아람코)의 잔심부름꾼으로 취직했다. 아람코는 1933년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회사였다. 그가 태어나기 전 부모는 이혼했고 그는 어머니 쪽 부족의 손에서 자랐다. 아람코에서 일자리를 얻기 전에는 양치기였다. 어느 날, 몹시 목이 말랐던 소년은 시원한 물을 발견하고는 유리컵에 따랐다. “야, 마시지 마. 너는 하찮은 사환이잖아. 그 물은 엔지니어들만 마시는 거야.” 미국인 엔지니어의 목소리였다. 소년은 어리둥절했다. ‘왜 나는 물 한 컵을 마시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엔지니어라면 물을 마실 수 있을까?’

이후 소년은 이를 악물고 일했고, 그는 미국인들의 눈에 띄었다. 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교를 마쳤고, 1956년에는 레바논에 유학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보내져 펜실베이니아 리하이 대학에서 지질학 학사를, 1963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지질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아람코로 돌아왔다. 승승장구하면서 1984년 사장, 1988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1995년 사우디의 석유부 장관이 되었다.

알리 빈 이브라힘 누아이미(81)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21년 동안 석유장관을 맡으면서 국제 석유시장을 움직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의가 열릴 때면 그는 아침 조깅을 했다. 기자들이 그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그의 몇 마디에 국제 석유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월가가 요동쳤다. 사우디가 7일 석유부를 없애면서 누아이미(나이미)도 자연스럽게 퇴장했다. 국왕의 아들로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31) 왕세자(국방장관)가 석유 정책까지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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