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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포스트잇’의 진정한 쓰임새 / 최원형

등록 2016-06-01 21:04수정 2016-06-01 21:04

‘포스트잇’은 쓰리엠(3M)에서 만든 접착식 쪽지다. 쪽지 뒤편 일부에 끈끈한 접착제가 붙어 있어 어디에나 쉽게 붙일 수 있다. 접착력이 유지되는 동안 여러 차례 붙였다 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학생이나 사무직 노동자의 필수품이다.

쓰리엠의 과학자였던 스펜서 실버는 1968년 종이에 뿌려서 쓸 수 있는 공 모양의 접착물질을 새로 개발했으나, 한동안 별다른 쓰임새를 찾지 못했다. 5년 뒤에야 상품 개발자인 아서 프라이가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애초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접착식 책갈피’를 구상했다. 그러나 가장 적절한 쓰임새를 찾아낸 것은 쓰리엠의 동료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프라이가 만든 제품을 책갈피라고 인식하지 않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적어 두고 자신이 보거나 남에게 전달하는 데에 쓰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프라이는 ‘접착식 쪽지’라는 새로운 제품의 방향을 제시했고, 실버가 기술을 개발한 지 12년 만인 1980년 쓰리엠은 ‘포스트잇’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포스트잇’은 ‘제록스’, ‘스카치테이프’처럼 특정 제품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접착식 쪽지 전체를 아우르는 대명사가 됐다.

최근 사람들은 ‘포스트잇’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냈다. 20대 여성이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스무살도 안 된 외주 노동자가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가 사고를 당해 숨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플랫폼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저마다의 일상생활 속에 쓰이던 작은 쪽지들이, 우리 모두의 문제가 참사로 드러난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기 위한 적바림으로서, ‘포스트잇’의 본질에 가장 걸맞은 쓰임새일지도 모른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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