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50㎞쯤 떨어진 유프라테스 강변의 팔루자는 200여개의 모스크가 있어 ‘모스크의 도시’로 불린다. 이곳에서 미국 해병대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은 이라크전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듬해인 2004년 4월 민간 전쟁기업 ‘블랙워터’ 직원 4명이 팔루자에서 살해당한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주검을 훼손하고 거리로 끌고 다니다가 유프라테스강 다리에 매달았다. 미군의 보복 공격으로 1차 팔루자 전투가 한달 가까이 이어졌다. 이때 미군은 앞으로 이라크에서 맞닥뜨릴 적이 누군지 깨닫는다. ‘유일신과 성전’을 이끈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부상했다. 이 조직이 이슬람국가(IS)의 모태이고,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했다.
이후 미군은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팔루자 여단’에 도시를 넘겼다. 하지만 이 부대는 와해되고 미군이 제공한 무기는 이슬람 무장세력한테 넘어갔다. 2004년 11월 미군은 ‘유령의 분노’라고 이름붙인 2차 팔루자 전투를 시작한다. 12월까지 계속된 이 전투를 두고 미군은 “미 해병대가 1968년 베트남 후에 전투를 치른 이후 가장 격렬했던 시가전”이었다고 했다. ‘세기의 총격전’이라고들 한다.
미군 등 연합군 107명, 이슬람 반군 1200~1500명, 민간인 8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모스크 60여개가 파괴됐고, 5만채의 건물 가운데 1만채가 완전 파괴됐으며, 남은 건물의 3분의 2가량도 큰 손상을 입었다. 미군은 2007년 이라크군과 정부에 팔루자를 넘겼지만, 2013년 말 다시 이슬람국가의 전신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손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라크군이 탈환 작전에 나서면서 3차 팔루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시아파 민병대까지 가담해 2차 전투 때보다 더 참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에는 5만명의 민간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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