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검사의 ‘검은돈’

등록 2016-06-19 17:59수정 2016-06-19 18:45

“들키면 형을 살고, 받은 돈은 뺏기고, 연금까지 못 받는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이 대체 왜 그랬을까?” 현직 간부급 검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한테 1억원을 받았다는 보도 뒤의 반응 가운데 하나다. 전형적인 ‘비용편익분석’이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 등에 따르면, 범죄의 의사결정은 기대수익과 기대손실의 비교에 따라 이뤄진다. 기대손실은 범죄가 발각될 확률과 그 경우 감당해야 할 희생의 함수다. 희생에는 처벌뿐 아니라 금전적 손해, 평판 실추와 도덕적 부담 등의 정신적 손실도 있다. 뇌물액에서 예상되는 희생, 곧 비용을 뺀 것이 남은 기간의 급여 총액과 뇌물을 거절한 도덕적 만족감을 합한 것보다 클 때 ‘합리적 선택’에 따라 뇌물을 받는다는 것이 부패에 대한 경제적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분석으론 웬만한 부패 사건은 설명되지 않는다. 연봉이나 판공비보다 훨씬 작은 액수의 뇌물 사건이 허다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1억원은 향후 임금총액보다 적다.

범죄학자인 에드윈 서덜랜드는 해당 범죄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사람들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하면 범죄행위를 학습하게 된다(‘차별적 접촉’ 이론)고 설명했다. 그런 집단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비판·통제가 부족하면 범죄 학습은 한층 쉬워진다. 더구나 한국은 연고·온정주의 문화가 강한 나라다. 2010년 조사를 보면 공무원의 38.1%는 ‘가까운 연고를 가진 사람의 부탁은 약간의 무리가 있어도 들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답했다. ‘엘리트 카르텔’이 드세다는 나라여서 사회적 통제도 부족한 편이다. 부패 친화적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

검사의 부패 스캔들은 잊을 만하면 터졌다. 문제의 검사 혼자만 ‘썩은 사과’(rotten apples)는 아닌 것이다. 검찰 조직이 부패에 취약한 게 사실이라면 이번에라도 뜯어고쳐야 한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