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팀장 (*잘난 척 주의) 시야(가시거리)는 기껏해야 3미터. 부유물도 많아 바닷속이 삭막한 느낌을 주는 날이었다. 경남 통영 욕지도엔 화려한 연산호도, 알록달록한 물고기도 없다는 사실은 이미 하루 전 그 바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깨달은바, 9월10일 낮 12시24분 통단 방파제로 입수할 때 그런 풍경을 기대하진 않았다.(‘알록달록한’ 게 없다는 거지, 물고기가 없다는 게 아니다.) 오른쪽에 테트라포드를 끼고 가다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가이드를 따라 몸을 돌리려는데 희끗, 뭔가 눈에 스쳤다. 설마, 지금 내가 본 게 해마야? 가만히 살펴보니, 조류를 따라 흐느적거리는 바다풀 사이에서 손가락 두 마디 길이가 될까 말까 한 하얀색 해마 한 마리가 놀고 있었다. 우와! 태어나 처음 보는 해마는, 어릴 때 <브리태니커 어린이 백과사전>에서 본 사진 그대로였다. 내 ‘겸손한’ 카메라로, 계속 춤을 추는 해마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는 족족 초점이 나갔다. 가이드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살짝 무서웠지만, 처음 만난 해마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볼수록 신기했고, 직접 봤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사실 다이빙할 때 가이드나 버디(다이빙 짝)를 잃어버리는 건 ‘사고’다. 다행히 나는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찾아갔고, 가이드도 나를 찾으러 되돌아와 금세 만났기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뭔가에 정신이 팔려서 가이드를 놓쳤다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조혜정 제공
연재덕기자 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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