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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3천억’ 주인은 누구인가 / 김이택

등록 2016-11-24 17:04수정 2016-11-24 20:58

김이택
논설위원

40년 전의 <대한늬우스>에다 최순실 기관지 <새마음>까지, 온 국민이 원치 않는 현대사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요즘이다. 중앙정보부의 최태민 조사 자료와 의붓아들의 증언 파일, 최근의 ‘길라임 진료기록’까지 신상이 털리면서 ‘박근혜’라는 인물의 실체가 하나둘 벗겨지고 있다. 태반주사로 가꾼 피부와 카메라 앞에서 반사적으로 만들어지는 온화한 미소 뒤 맨얼굴이 이제야 드러나는 셈이다. 과장된 보도도 있겠으나 스스로 해명할 기회조차 거부했으니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처럼 이제는 방어의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렸다.

최근 공개되는 증언들을 보면 최태민 일가는 퍼스트레이디로서 권력의 맛을 알아가던 ‘큰영애’에게 끊임없이 권력욕을 부추겨왔던 모양이다. 10·26 이후에도 부모 잃은 상실감을 위로하는 수준을 넘어 “앞으로 큰일 하실 분”이라고 독려하며 함께 와신상담해온 것으로 보인다. 재단 만들어 재벌한테서 돈 뜯어내는 수법 역시 이 과정에서 최태민에 의해 자연스레 박근혜-최순실에게도 전수됐을 것이다.

변호인은 ‘사상누각’이라며 기소 내용을 부인했지만 미르재단의 ‘기본재산 : 보통재산’ 비율을 9:1에서 2:8로 바꿀 때부터 다른 용도로 쓰겠다는 저의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 퇴임 대비용이 아니라고 했으나 올봄부터 대통령 핵심 측근이 ‘분권형 개헌’ 카드를 들고 야권 인사들까지 접촉한 건 사실로 확인된다. 퇴임 뒤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보려는 포석이었다면, 재단 하나쯤 필요했을 것이다. ‘미르는 박근혜, 케이스포츠는 최순실’이 오너라는 취재기자들의 분석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다.

운명적으로 엮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운명적으로 엮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한 수사검사는 “녹취파일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지만 핵폭탄은 또 있다. 정두언 전 의원도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적했듯이, 박정희 사후 최태민 쪽으로 “갑자기 뭉칫돈이 들어왔다”는 의붓아들 조순제의 증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두환이 건넨 6억원이 포함된 뭉칫돈을 최씨 일가가 관리했다면 명의신탁이다. 지금도 대통령 재산을 최씨 일가가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돈 찾는 것에서 화장품·옷 사는 것까지 일상생활을 최씨 일가가 도맡다시피 했다는 당시 운전기사의 증언에 비춰봐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3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자매들 재산 속에 대통령 재산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사실로 밝혀지면 대통령에게 굳이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그냥 뇌물죄를 적용하면 된다. 최태민 일가 재산 사정에 정통했다는 조순제의 증언이니 수십년 전 스위스 은행에 50억원을 맡겼다는 말도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니다.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분이기에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을 통해 대통령이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또다른 유산의 실마리도 드러났다. 공작정치 흔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휘 아래 국정원이 기획과 자금지원을 맡고, 언론·시민단체를 가장한 우익세력이 행동대로 나서는 삼각 커넥션이 가동돼온 의혹이 짙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원을 오가며 요직을 맡은 추아무개 국정원 국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버이연합 등을 동원한 박원순 시장 규탄집회’ ‘보수단체를 활용한 세월호 유족 맞대응 집회’ ‘홍성담 화가 고발’ 등을 기획한 국정원 문건과 김영한 비망록에 그가 등장한다. 최근 보수단체의 서울역 맞불집회 주변에서 현금지급 현장이 포착된 것도 커넥션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곧 출범할 특검이 유념할 대목들이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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