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 맥아, 홉, 효모다. 숙성기간도 맛에 영향을 준다. 발효가 막 끝난 ‘영(young)비어’보다는 숙성된 맥주가 깊은 맛을 낸다. 숙성이 진행되는 동안 맛이 달라지는 것을 음미하는 것도 수제맥주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내 짧은 경험과 실력으론, 아직 물이 맥주맛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대개 생수로 맥주를 만들어왔다. 한번은 그냥 수돗물로 만들어봤는데,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다.
맥아는 맥주의 색깔과 알코올도수를 좌우한다. 맥아추출물만으로 만들기도 하고, 맥아에서 맥즙을 우려낸 것을 섞기도 하고, 순전히 곡물만으로 맥즙을 우려내 만들기도 한다. 나는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맥아와 맥아추출물을 섞어 디자인한 것을 인터넷쇼핑몰에서 사서 쓴다. 맥아와 홉, 효모를 최적으로 디자인한 맥주 재료 키트를 사서 만들면 고민을 덜 수 있다.
붉은빛이 감도는 인디아 페일 에일 맥주(왼쪽). 흑맥주(스타우트).
붉은색이 나는 맥주나 흑맥주를 만들 때는 가마에서 굽거나 훈증한 보리나 맥아를 섞어 쓴다. 내가 즐겨 만들어 마시는 한 스타우트 계열 맥주의 경우, 맥아추출물을 일부 사용하고, 기본 맥아와 캐러멜 몰트, 다크초콜릿 몰트를 쓴다. 밀이나 호밀 등을 섞기도 하는데, 호밀은 크림 거품을 풍성하게 해준다.
맥즙의 당 함량이 많을수록 알코올도수가 높아진다. 내가 만드는 맥주는 4.5도에서 8도 사이의 것이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이 알코올도수가 높은 대표적인 맥주다. 맥즙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당을 추가하기도 한다. 내가 만든 8도짜리 인디아 페일 에일을 마셔본 사람들의 반응은 ‘양주를 섞은 폭탄주 같다’는 것이었다.
홉은 쓴맛을 내서 맥아의 단맛을 가라앉히고, 맥주에 향을 준다. 또 맥주를 오래 보존하게 한다. 홉의 양과, 홉을 끓이는 시간이 큰 영향을 끼친다. 나는 대개 홉이 포함된 맥주 재료 키트를 사서, 레시피에 따라 만든다.
맥주 전문양조업자이며 작가인 레이 대니얼스는 “우리가 맥주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효모가 발효를 하기 전에 맥즙을 준비하는 것뿐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효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효모는 크게 에일, 라거, 바이첸(밀 맥주 효모)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나 같은 초심자가 더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차이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나는 발효공간의 온도 제약 탓에 오로지 에일 효모만 써왔다. 올겨울엔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라거 맥주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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