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6·25전쟁 중 후방의 훈련병들은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하루속히 전방 부대에 배속되기를 원했다. 그들의 마음을 전선으로 이끈 것은 애국심이나 멸공정신이 아니라 배고픔이었다. 훈련병들이 매 끼니로 배급받은 음식은 소금 조금 뿌려 뭉친 주먹밥 한 덩이와 도레미탕이 전부였다. 도레미탕이란 ‘콩나물 대가리 서너 개만 둥둥 떠다니는’ 멀건 국을 말한다. 전방의 전투병 식사는 이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많은 훈련병으로 하여금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질 수 있게 했다. 1951년 여름, 취재차 지방 도시 인근의 피난민촌을 찾은 모 신문사 기자를 아이들이 에워싸고 애걸했다. “선생님, 밥 좀 많이 주라고 신문에 내주세요.” 전쟁 중, 그리고 휴전 후에도 꽤 오랫동안 배고픔은 한국인 최대의 적이었다. 이 막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체면도 양심도 다 버리고 뛰어야 했다. 피난민촌이나 미군부대 인근의 한국인 군속 집단 거주지에는 가끔 구호식량이 전달되곤 했다. 구호요원들이 큰 드럼통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다 쏟아붓고 끓이기 시작하면, 인근 사람들 모두가 주변에 몰려들어 음식이 익기를 기다렸다. 음식이 다 익어갈 때쯤, 요원들은 “개판 5분 전”이라고 외쳤다. 드럼통 뚜껑으로 쓰는 나무판자가 5분 후에 열린다는 뜻이다.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무질서하게 다투는 모습’이라는 뜻의 ‘오자성어’는 여기에서 유래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반을 대충 씻어 큰 가마솥이나 드럼통에 쏟아붓고 끓여 파는 ‘꿀꿀이죽’ 또는 ‘유엔(UN)탕’은 1960년대 초까지도 빈민들의 ‘영양만점’ 식사로 팔렸다. 이 음식은 시중에서 사라진 지 30년쯤 지난 1980년대 말, 새 식재료와 조리법을 발판 삼아 ‘부대찌개’ 또는 ‘부대고기’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부대찌개에서 꿀꿀이죽을 연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개판오분전’의 문화는 여전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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