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강 물 위에/ 스텐카 라진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 페르시아의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띤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돈 코사크(카자크)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러시아 민요 ‘스텐카 라진’(Stenka Razin)의 노랫말이다. 농민혁명가 스텐카 라진이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교만한 공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르의 학정과 맞선다는 내용이다. 1970년대 이연실이 우리말로 번안해 부른 이 곡은 우리에게 러시아 민요로 잘 알려졌다.
‘붉은 군대 합창단’(The Red Army Choir)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로프 앙상블’도 이 곡을 즐겨 불렀다. 옛 소련 국가를 작곡한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알렉산드로프가 1928년 모스크바에서 창단한 합창단이다. 스텐카 라진처럼 농민 출신인 알렉산드로프는 음악적 기반을 찬송가와 민요에 두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은 볼쇼이합창단, 돈코사크합창단과 함께 러시아 3대 합창단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남성 합창단, 오케스트라, 무용단으로 구성돼 민속음악, 찬송가, 오페라 아리아, 대중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했다. 군복을 입은 러시아군 공식 합창단이지만, 특유의 장엄하고 비장한 사운드로 러시아 정서를 표현해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전세계 애호가의 사랑을 받아왔다. 스텐카 라진 외에도 ‘볼가강 뱃노래’, ‘카추샤’, ‘칼린카’ 등 수많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19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 ‘백학’을 부른 이오시프 코브존도 1950년대 후반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에서 활동했다.
지난 25일 이 합창단 67명 중 64명이 사망하는 ‘크리스마스 비극’이 발생했다. 시리아 주둔 러시아 공군을 위한 새해 축하공연을 가던 중, 이들을 태운 수송기가 흑해 부근에서 추락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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