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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신준 칼럼] 샌더스와 데브스, 촛불과 4·19혁명

등록 2017-01-15 17:45수정 2017-01-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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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촛불의 정신을 담아야 할 이번 대선의 과제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역사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씨앗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100년을 이어갈 역사성이다. 장기적 개혁의제가 그것이며 그것은 과거의 실천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둘째,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미국 버니 샌더스의 돌풍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곧바로 떠올린 인물은 유진 데브스였다. 민주당원이었던 데브스는 감옥에서 사회주의에 눈을 떠 1897년 미국 사회민주당을 창당하였다. 5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6%의 지지율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데브스 이후 미국 사회주의는 소멸하였다. 그리고 한 세기를 넘어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민주당원 샌더스의 돌풍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그렇게 볼 수 없다. 그만한 돌풍이 갑자기 새롭게 만들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세기 동안 잠재되어 있던 동력이 다시 터져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 돌풍도 다시 잦아들고 말았다. 샌더스의 돌풍과 소멸은 두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변혁의 동력은 원인의 해소 없이는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샌더스와 데브스의 동력은 모두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세기가 넘도록 모순은 해소되지 않았고 동력은 그대로 잠재되어 있었다. 샌더스는 1981년 정계에 진출하여 30년 이상 그 모순을 고발하고 사회주의적 대안을 꾸준히 알리고 실천해 왔다. 그 결과 그는 소멸한 것처럼 보였던 동력의 불씨를 되살려낸 것이다. 둘째, 하지만 한 사람의 평생으로는 동력의 원인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샌더스 돌풍의 소멸은 보여준다.

이것은 그대로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다. 2016년의 촛불은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1960년 4·19혁명에서 출발하여 1980년과 1987년으로 이어져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화의 요구를 담고 있었고 공교롭게 시민의 억울한 죽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김주열, 광주시민, 이한열, 박종철, 세월호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공통점은 동력의 원인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 사태의 결말이 그것을 보여준다. 4·19는 박정희, 1980년은 전두환, 1987년은 노태우가 결말이었다. 샌더스의 결말이 트럼프인 것과 그대로 닮았다.

그래서 촛불 이후의 우려가 담긴 물음에 매달리게 된다. 미국과 우리의 동력은 왜 원인을 해소하지 못했을까? 답은 역사의 단절에 숨겨져 있다. 데브스의 꿈이 100년 동안 지속되어 샌더스와 이어져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의 마지막 부분에서 감독 마이클 무어는 침울하게 내뱉는다. “유럽에서 이루어진 모든 진보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 왜 미국에는 시작은 있는데 열매는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앞사람이 뿌린 씨앗을 뒷사람이 가꾸어 열매를 맺는 역사의 연속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의 연속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장기간 지속되는 조직과 약속(강령)이다. 독일 사민당은 그 모범을 보여준다. 이 정당은 사회 모순의 원인을 자본주의에서 찾아 “노동해방”과 “민주화”를 약속으로 내걸고 1863년 창당되어 150년이 넘도록 자신의 약속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샌더스와 무어가 선망하는 것들은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변혁은 한 세기를 넘는 약속과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고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평생을 뛰어넘는 조직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독일 사민당의 역사는 데브스와 샌더스, 4·19와 2016년이 단절되어 있는 우리와 미국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촛불의 정신을 담아야 할 이번 대선의 과제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역사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씨앗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100년을 이어갈 역사성이다. 장기적 개혁의제가 그것이며 그것은 과거의 실천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복지를 실천한 적 없는 박근혜의 복지공약이 취임 후 휴지 조각이 된 것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둘째,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급조된 수사로 치장한 “개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일관된 목소리와 실천을 쌓아온 “조직”만이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 샌더스의 평생으로 부족했던 것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이제 시작될 대선 경쟁에서 이런 씨앗을 뿌리는 후보가 있을까? 있다면 당선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촛불이 바로 박근혜를 뽑지 않았는가? 트럼프의 당선도 그렇지 않은가? 단지 한 가지는 분명하다. 씨앗은 아직 열매가 아니며 지금 씨앗을 뿌리지 못하면 촛불은 훗날 또 다른 세월호를 품고 광장에 서야 하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선에 조급해 않고 역사에 복무할 후보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가 곧 촛불의 시대의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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