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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제3자 효과 / 이근영

등록 2017-02-01 17:20수정 2017-02-01 20:23

1945년 2월 미국 해병대는 일본에서 남동쪽으로 1200㎞ 떨어진 작은 화산섬 이오지마에 상륙했다. 이오지마 전투는 미 해병대가 일본군을 섬멸하고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을 담은 <에이피>(AP) 통신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로 더욱 명성을 얻었다. 영화는 권력이 매스컴을 이용해 영웅 신화를 프로파간다 해가는 과정을 고발하고 있다.

이오지마 전사에는 또 하나의 매스컴 작동 원리가 서려 있다. 당시 일본군은 이오지마에 주둔하고 있는 흑인 병사와 백인 장교로 편성된 미군 부대에 전단을 살포했다. 흑인 병사들한테 투항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작 전단에 영향을 받은 건 흑인 병사가 아니라 백인 장교들이었다. 이들은 흑인 병사들의 탈영을 우려해 부대를 철수시켰다.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자인 필립스 데이비슨은 이 현상을 ‘제3자 효과’라 일렀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나’와 ‘너’보다 ‘제3자’에게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한 조사에서 빌 클린턴의 섹스 추문에 흥미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은 50%인 데 비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70%나 됐다. 다른 사람도 관심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8%에 불과했다. 국내의 한 연구자가 박근혜 지지자와 문재인 지지자를 대상으로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보도가 누구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해보니, 진영에 상관없이 모두 자신보다 타인이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와 세밑 인터넷티브이 인터뷰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의 말이 세몰이 프로파간다로 작용할지, 제3자 효과로 나타날지 이번 주말 14차 촛불집회에서 밝혀질 거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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