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아주대 경영대 교수·국민성장 일자리추진단장
일자리 창출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판의 초점은 일자리는 경제성장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민간과 시장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일자리 중 다수가 그 사회의 의식적인 대응의 결과로 창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생애 전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보육, 장애인 보조, 돌봄, 요양과 간호 및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가 그것이다. 스웨덴은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신규창출 일자리의 90%가 공공부문 주도로 이루어졌다. 같은 기간 민간이 창출한 일자리 개수는 정체 상태였다.
스위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왔다. 선진국 중 정부 크기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그랬던 스위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15%(2009년)에서 18%(2013년)로 3%포인트 늘렸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요양을 포함한 의료,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 결과이다. 한국은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가 7.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3%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지나치게 과소하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소방, 경찰 같은 안전 부문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수는 지나치게 부족하다. 작년 10월에는 울산에서 강기봉 소방사가 태풍 ‘차바’에 의해 고립된 시민을 구하려다 강물에 휩쓸려 순직하였다. 강 소방사는 구급대원이었지만 출동 인원이 부족해 구조작업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늘어난 복지수요를 적은 인원으로 감당하지 못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이 잇달아 자살했고, 우정직 공무원의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점진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로 흡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육의 경우 2015년에만 정부와 시도교육청 예산이 13조8414억원이나 투입되었다. 하지만 일부 보육시설의 경우 종사자의 처우와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다. 공공시설을 확충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일부 민간 어린이집을 단계적으로 공공화하면, 소액의 추가 예산 투입만으로도 질 좋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서비스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공단(가칭)을 설치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공무원연금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인 간접고용의 문제 또한 공공부문의 적극적 역할로 개선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이 민간용역업체에 외주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회사를 설치해 간접고용 근로자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좋지 않은’ 민간 일자리가 공공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로 신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케인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에서의 시장은 실업과 불평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정부가 나서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자리를 의식적으로 창출해 소득을 분배함으로써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이고 기업의 적극적인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따라 극심한 ‘고용 없는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체감실업률이 34.2%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청년 구직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2023년 이전에 특단의 대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이 주도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안전, 사회복지, 보육, 요양 등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은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