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연합군사훈련의 딜레마 / 서재정

등록 2017-02-22 18:23수정 2017-02-22 20:46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안보 딜레마를 이해하고 있을까?

물론 안보 딜레마는 국제정치학에서 기본적 개념이다. 한 국가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력을 키워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지칭한다. 왜 그런 딜레마가 발생할까? 그 국가의 군사력이 방어를 위해 사용될 수도 있지만 공격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국가가 안전보장을 위해 키운 군사력으로 이웃을 공격한다고 해도 그것을 막을 수단은 없다. 결국 이웃국가는 스스로의 군사력을 키워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안전보장을 위해 군사력을 키운 국가는 더 큰 군사력을 보유한 이웃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군사력으로 안전을 보장하려고 하는 한 빠져나올 수 없는 영원한 딜레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개념이지만 현실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왜냐고?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저비스는 지적한다. 자신의 군사력은 전적으로 방어용이고 적국의 군사력은 공격용이라고 믿는다면 이 딜레마는 깊어질 뿐이라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는 한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안보문제를 두고는 유별나게 이런 사고방식이 횡행한다. 북이 지난 12일 시험발사한 ‘북극성-2’호 미사일을 비난하는 것은 쉽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히 위험한 공격용 무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1월20일 시험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5C도 북극성-2만큼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이 2월8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 3도, 14일 시험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도 같은 시각으로는 보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 시험에 대한 언론 보도도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이를 상대측이 어떻게 볼지 질문하는 사람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물론 한국이 보유한 미사일, 또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도 ‘평화의 사도’로만 인식된다.

미국의 핵미사일이 북에는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한반도에서 안보 딜레마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북의 군사력 시위가 한국에 위협으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의 군사력 시위가 북에 위협으로 인식되리라는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안보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매티스 장관과 한민구 장관이 지난 3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올해 3월 키리졸브 연합훈련을 강화해 시행하기로 했는데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래서 걱정스럽다.

안보 딜레마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미국 정치학자 존 허츠였다. 그는 1950년 왜 이 개념을 들고나왔을까? 그는 현실주의자였지만 ‘냉소적 현실주의’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아무리 군사력을 증강해도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나브로 그의 경고는 잊히고 안보 딜레마라는 개념만 남았다.

그 결과 영원히 불안한 현실만 남는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해 시행하면 한국의 안전이 보장될까? 안보 딜레마라는 개념이 이미 답을 주지 않는가. 혹시라도 그 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북은 이미 친절하게 예고까지 했다. “그에 맞는 적절한 강경대응”을 취하겠노라고. 군사력 시위에 대한 군사력 시위이다. 하여 한국도, 미국도, 북도 안전은 더 뒤로 미뤄놓게 될 것이다.

과연 매티스 국방장관은 안보 딜레마를 이해하고 있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