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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육당과 춘원 기념상, 떳떳하면 상을 왜 몰래 주나 / 임성용

등록 2017-02-27 18:22수정 2017-02-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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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
시인,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지난해 8월, 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 문학상을 제정하려다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학술·시민단체의 반발로 취소했다. 그러자 동서문화사라는 출판사에서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출판사 창업 60주년을 맞아 12월초에 발표한다고 했다. 감감무소식이더니 해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난 2017년 2월21일, 동서문화사에서는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 시상 소식을 전했다. 이미 2016년 12월12일, 수상자 선정과 함께 시상식을 마쳤다는 것이다. 육당학술상은 전성곤 중국 베이화(北華)대학 교수, 춘원문학상은 소설가 박순녀씨가 받았다고 한다.

육당과 춘원은 그들의 ‘문학적 성과’에 앞서 일제의 조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이론적 틀을 만든 인물들이다. 작년에 육당·춘원상 제정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소속 작가들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곧바로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문제에 대한 토론을 거쳐 문학의 주체인 작가 중심의 대응과 반대운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친일문인의 대명사인 미당문학상 시상식(12월2일) 일정에 맞춰 ‘친일문학상 반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를 기점으로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문제가 작가들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친일문학상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에 따른 정의의 문제다. 왜곡된 역사와 전도된 문학정신을 바로 세우려는 작가들의 자기성찰을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자성의 물음은 점차 구체적인 요구로 공론화되었다. 2월18일, 한국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도 친일문학상 문제가 집중 거론되었으며, 오는 3월말에 한국작가회의 본회 차원의 ‘친일문학상 내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모든 부정과 불의는 청산하지 못한 친일 문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참다운 존재론적 가치를 철학으로 삼는 문학이 친일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은 무엇보다 부끄러운 일이다. 보수언론사가 주관하고 있는 미당·동인문학상도 모자라 이제는 이들의 앞잡이인 춘원과 육당 기념상까지 제정되었다면 한국문학은 그야말로 친일·반민족 문학의 덫에 걸린 ‘죽은 입’으로 전락한 것이다.

‘문학적 성과’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긍정이든 비판이든 문학연구자들이 해야 할 당연한 몫이겠지만, 친일행적이 분명한 문인들을 기리는 ‘문학상’은 그 어떤 변명도 통용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끼친 해악은 도외시하고 업적만을 앞세우는 이율배반적인 ‘문학의 합리화’를 위해서, 해마다 한국 문단의 권위 있는 평론가와 문인들이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심사를 도맡아 하고 명망 있는 작가들이 ‘친일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친일문인은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부역자라기보다는 일제의 전범과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왜 유독 친일문인에게만큼은 작가들이 이렇게 관대한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깨치고 우리 역사를 배우는 어린 자녀와 학생들에게, 아니 세세손손 후대에게,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이대로 남겨줘야 하는가? 과연 후대에게도 미학이라는 구실로 ‘문학과 삶은 구분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인가?

이제라도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 상이 떳떳하다면 왜 아무도 몰래 심사를 하고 숨어서 시상식을 하는가? 작년 12월초에 시행한 상을 두 달이 지나서야 느닷없이 발표할 정도의 상이라면 그게 과연 무슨 가치와 명예가 있겠는가?

‘친일문학’ 하면 흔히 편협한 민족주의로 바라보고 70년 전의 역사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은 우리에게 과거사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민족사적 정신을 훼손한 친일문학의 역사를 마감해야 할 당위적인 책임이 작가들에게 있다. 제 나라와 제 민족을 배반한 반역자들을 두둔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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