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붐>,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 등 책을 써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해리 덴트는 인구구조와 소비 흐름의 변화에 바탕을 둔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으로 유명한 컨설턴트다. 그는 1980년대 일본 거품 붕괴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예측해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해리 덴트는 형편없이 빗나간 전망을 한 것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2000년 초 미국 다우지수가 앞으로 3만5천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은 그때가 꼭짓점이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자 2009년엔 다우지수가 3천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가는 바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금 다우지수는 2만을 넘어 있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하워드 골드는 2014년 5월, 근래 빗나간 경제 전망의 대표적인 사례로 해리 덴트의 주가 전망, 유로화 소멸 전망, 금값 온스당 5천달러 전망, 미국 초인플레이션 전망 등 4가지를 꼽았다. 그가 쓴 칼럼 부제가 매우 인상적이다. “극단적인 전망은 포르노처럼 팔린다.”(Like sex, boom and gloom sells)
경제학사에 수많은 족적을 남긴 어빙 피셔 예일대 교수는 1929년 대공황을 앞두고 “주가가 영원히 지속될 높은 고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가 그동안 쌓은 명성을 거의 잃어버렸다. 오늘날 실력 있는 경제학자, 분석가들은 말을 아주 신중하게 한다. 그 빈자리를 극단적인 전망이 채웠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4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은행의 건전성 정도를 보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한참 지나치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수 침체의 악순환이 깊어가고 있다. 큰 위기의 한복판에 이미 들어서 있다. 연못의 물고기에겐 물이 마르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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