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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반복하면 안되는 역사 / 송인걸

등록 2017-02-28 18:26수정 2017-02-28 18:52

송인걸
충청강원팀 기자

<아에프페>(AFP) 통신은 지난달 18일 런던발로 중국 화물열차 사진을 세계로 전송했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를 출발한 중국의 화물열차가 18일 동안 1만2451㎞를 달려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는 설명과 함께 중국이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붙었다. 중국은 중국 횡단철도(TCR)를 건설하고 동북에서 서남까지 촘촘하게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며 동북아 철도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세계는 중국에 앞서 한국을 주목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반도국가의 이점을 살려 동북아에서 새로운 물류 길을 열고,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정책을 추진했다. 10년 만인 2007년 남과 북은 화물열차를 시범 운행했다. 아시아횡단철도(TAR)의 유일한 단절 구간이던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반세기 만에 연결된 것이었다.

한반도 종단철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 2006년 남과 북, 러시아 등 3국은 장관급 회담에서 나진항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합의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서 나진항 개발을 위한 나선(라선)콘트란스 합작회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한국 정부에 나선콘트란스 지분을 인수해 나진항 사업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5·24 조처 해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시인과 사과,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 개발 중단 등 정치적인 조건이 전제돼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치적 관점에서 대북 전략을 다루면서 철도 문제도 뒤틀렸다고 지적한다. 때를 같이해 학계에서는 철도 연구논문이 실종됐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만 검색해도 2003년을 앞뒤로 활발하던 대륙철도 관련 논문이 2008년을 기점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교수는 “새 정권은 전 정권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치 없이 그전 아이템을 잡고 있으면 (새 정권의) 눈 밖에 나 다른 일거리를 맡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학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우스갯말이 나온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남북철도·대륙철도는 한때 사업단을 두기도 했으나 지금은 독립 부서 없이 직원 2명과 1명이 각각 전담한다. 인력과 지원이 부족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동해북부선 건설이 시급한데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남북철도를 연결한 경험이 있는 주역들은 퇴직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미래교통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기대에 차서 과도한 대륙철도를 그린 것은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동북아 철도네트워크에 한국이 진출한 것은 압록강 철교가 부설된 1911년 11월 이후다. 당시 철도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정책의 산물이었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본과 남하하던 러시아는 한반도 철도부설권을 놓고 1904년 전쟁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국권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했다. 한 세기가 지나서도 한반도의 대결 구도는 여전하다. 반도는 지경학적으로 물류허브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지만, 주변국과 자본 강국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이익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철도는 여전히 경제적인 이익과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한국이 동북아 철도네트워크에 재진입하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치밀한 전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삼일절을 맞아 국민과 대권 유력주자들이 남북철도에 관심 갖기를 거듭 앙망한다.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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