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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기구한 외래어

등록 2017-03-05 16:33수정 2017-03-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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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길로 들어온다. 전문가들의 손을 타고 들어온 외래어는 좀 반듯해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잘 맞는 편이다. 그러나 그 경로가 불확실한 외래어들도 있다. 발음도 격식에 잘 안 맞고 의미도 상당히 변질되어 있다.

‘짬뽕’은 일본 부두 노동자들의 음식에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 음식점이 아닌 중국 음식점에서 먹게 된다. 동아시아를 떠돈 음식인 셈이다. 한때 일본말을 순화한다고 ‘우동’ 대신에 ‘가락국수’를 쓰게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음식은 서로 분화되어 두 이름 다 살아남았다. 그리고 우동은 일본 음식점만이 아닌 중국 음식점의 차림표에도 들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생선을 으깨어 굳힌 음식을 일본말로 ‘가마보코’라고 하는데 이것을 ‘어묵’이라고 순화했다. 그러나 아직 ‘어묵’은 시장에서 파는 식료품을 주로 가리키고, 음식점에서 서비스될 때는 보통 ‘어묵꼬치’라는 뜻의 ‘오뎅’이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부채’라는 뜻과 특정인을 따르는 ‘애호가’라는 뜻도 있는 영어의 ‘팬’(fan)은 의미에 따라 비표준어인 ‘후앙’(창문용 선풍기)과 애호가라는 뜻의 ‘팬’으로 분화되었다. 또 한 가지 더 꼽는다면 운동경기를 준비하면서 입는 ‘트레이닝복’이 통속 발음을 따르면서 ‘추리닝’이라는 편안한 활동복을 뜻하는 말이 되기도 했다. 같은 말에서 두 가지 변종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래어를 체계적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다량 수입도 하고 그 의미도 원 언어에 가깝게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통속적으로 들어온 외래어는 각각 사연에 따라 그 형태와 의미가 다양해진다. 하나하나가 다양한 경로로 뿔뿔이 이주해온 기구한 단어들이다. 비록 생김새는 좀 허술해도 서민들이 일상에 필요한 ‘의미’를 적절히 담고 있는 귀중한 언어 자산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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