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팀장 한국의 철도 구조 개혁은 2004년 한국철도시설공단(KR), 2005년 한국철도공사(KORAIL)를 각각 세워 철도를 운영과 시공 부문으로 상하 분리한 뒤, 지난해 말 에스알(SR)을 설립하고 수서발 고속철도를 맡겨 운영 면에서도 코레일과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 철도는 코레일에 위탁했던 관제권을 회수하고 유지·보수를 외주화하는 단계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철도 구조 개혁 논리는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상하 분리해 운영 체계를 효율화하고 시설을 확충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민간경영 기법을 도입하면 경쟁적인 수송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전문화된 공단이 국가 책임 아래 체계적으로 철도를 건설해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철도가 공단과 공사로 나뉜 지 10여년이 지났다. 개혁이 한국 철도의 성장 에너지가 됐다는 말 대신 공단과 공사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공사는 적자를 줄이려고 철도 운영권을 활용하려고 하고, 공단은 국가 자산을 관리하는 위임권을 앞세워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내막은 밥그릇 싸움이나 다름없다. 공사가 오송역에 컨벤션센터를 유치하자 공단은 여객 연계용 시설이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해 몇 년째 소송하고 있다. 포항역, 동대구역 사정도 비슷하다. 몇 해 전에는 공단이 새 수도권 전철 노선의 상업시설을 임대해 공사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단은 열차 관제권 역시 국가 권한이므로 공단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단이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은 애초 주력 업무인 철도건설 물량이 줄면서 조직의 존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철도 건설, 시설 유지·관리 부문에서도 공단과 공사가 협업해 효율을 높이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공사는 화물 운송을 늘리려고 2단 적재 화물열차와 벌크 컨테이너를 개발하고 이동식 전차선을 설치해 컨테이너 적하 체계를 개선해 왔다. 2단 적재 화물열차의 컨테이너는 국제 규격이 아니어서 활용도가 낮고, 벌크 컨테이너는 육상 운송 업계의 저항으로 상용화를 못해 보여주기 성과라는 비판을 받는다. 잘해도 본전 찾기 어려운 판에 공단의 철도 건설(선로 개량)은 철도화물을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구불구불한 철도를 반듯하게 펴고, 산사태 구간에 터널을 뚫어 위험을 줄였지만, 옛 역사와 옛 철도가 폐쇄되자 주변의 저탄장, 저유소, 시멘트 사일로 등은 저렴한 철도운송을 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경의선 금촌역, 장항선 화양역, 대구선 반야월역 등 전국 7개 노선 9개 역이 폐쇄돼 연간 철도 총수송량의 약 5%인 246만톤(운송비용 140억원)이 줄었다. 폐쇄 예정인 중앙선 문수역은 손발이 따로 노는 사례다. 공단은 10여㎞ 떨어진 영동선 문단역에 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공사와 업계는 반발한다. 육상 운송 거리가 늘어 물류비가 2배로 증가하고 화물은 울산행인데 물류단지는 역방향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대륙철도로 진출하려면 통합이 정답이며, 역세권 개발, 해외사업 경쟁력 향상, 중복기능 해소 등에 따른 경영개선 이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 개혁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심상정 후보도 통합을 지지했다. 홍준표 후보는 찬반을 밝히지 않았고, 유승민 후보는 통합에 반대했다. 한국 철도가 국민의 발이 될지 국가의 계륵이 될지는 새 정부의 정책에 달렸다.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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