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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로마 가도와 GPS / 이근영

등록 2017-06-12 17:09수정 2017-06-13 08:48

로마인, 정확히는 로마군대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500년 동안 8만㎞에 이르는 로마 가도를 만들었다. 총길이 4796㎞인 우리나라 고속도로 17개, 휴전선(250㎞) 320개와 맞먹는다. 사람이 로마 가도를 가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 건 철도가 보급된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다.(<로마인 이야기 10-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콜럼버스가 1492년 대서양을 횡단할 때는 별의 고도를 이용해 위도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같은 위도로 똑바로 항해하면 스페인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경도를 정확히 재기 시작한 건 18세기 들어서다. 영국 의회는 1714년 경도를 결정하는 ‘실행 가능하고 유용한’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 거금을 지급하는 경도법을 제정했다. 상은 시계공 존 해리슨에게 돌아갔다. 그가 만든 항해용 시계는 대서양 횡단 61일 동안 5초밖에 오차가 나지 않았다. 정확한 위도와 경도에 기반한 항해술은 영국이 자국 면적의 153배인 3670만㎢를 지배한 원동력의 하나다.

미국은 1973년 위치확인시스템(GPS)을 개발했다. 지피에스는 미원, 호치키스, 포클레인처럼 고유명사가 일반용어로 굳었다. 일반명사는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이다.

지피에스는 애초 군용이었다. 민간 부문에 쓰이기 시작한 건 1983년 소련의 대한항공기 격추 사건이 계기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군과 상의도 없이 지피에스 정보를 민간도 쓸 수 있게 개방하겠다고 공표했다.

지피에스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언제까지 ‘공짜’라는 보장은 없다. 러시아(글로나스), 유럽(갈릴레오), 중국(베이더우)이 고유의 지엔에스에스를 운영·개발하는 이유다. 일본과 인도도 지역위성항법시스템(RNSS)을 개발 중이다.

한반도는 이들 시스템에 둘러싸인 형국이어서 서비스 선택권이 넓다. 여기에 안주할지, 우리도 지엔에스에스 개발 행렬에 동참할지 올해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립 때 결정할 일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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