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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현숙의 말 쓰기] “내 살은 거럴 우예 다 말로 합니꺼?”

등록 2017-07-02 17:49수정 2017-07-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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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김형준 사진가
사진 박김형준 사진가
올 1월부터 구술생애사 작업 중인 대구 달성군 산골 할매들 중, 여든하나 잡순 한글반 할매의 이야기다. 만 스물에 고개 하나 넘어 더 없는 집 팔남매 맏며느리로 시집왔다. 피차 센 고부간에 내내 시끄럽다가 결국 시어마시가 한동네 빈집으로 나가 살았으니, 맏며느리의 속앓이가 오죽했으랴.

“내 시집올 때버텀 있던 다라아 큰 거로 하나 있었어예. 한븐은 미주 끼릴라꼬, 거 다라아에 콩을 당가놨는데, 그 날싸 말고 시어마시가 와서 거를 비아돌라 카는기라. ‘가가도 끼리고 나믄 가가라’, ‘당장 비아내라’ 카마 둘이 또 쌈이 되삐따. ‘죽으마 다라아 가갈라 캅니꺼?’, ‘밑구녕 달토록 장에 댕기드마 다라아도 몬 샀나?’ 카마 욕이 쎄지다가, 결국으는 다라아를 비와디렸어예. 무거버 들지도 몬하고 질질 끄실고 나가시대예.

거를 우에 집이서 다 보고는 ‘우리 다라이 가가 끼리소.’ 이칸기라. 그래 거래도 가갈라고 가는데, 어른이 또 ‘우리 다라이 놔두고 멀라꼬 너므 다라이 가오노?’ 이카믄서 끄실고 가든 다라아를 길바닥에 탁 내동대이치고 가뿌는기라. 끄실고 갈라카이 힘이 부쳤는거라… 그때만 해도 승질이 별라 그카나 캐서 내도 쏘가지를 부렸드만, 오새 생각해보이 그때 벌써 치매가 왔든기라… 다 돼봐야 아는기라. 그 어른이 구십여섯꺼정 씽씽해가 내를 억쑤로 밉다 캐쌌더니, 내가 어른 집 도배 간 날 문지방에 걸려 씨러져 업혀와가꼬, 물도 밥도 내 손에 얻어잡숩고 가싰으예… 쏘가지 드러븐 메누리년 낯 세워주구 가신거라 그기….”

미움은 잘만 풀면 자기 삶을 만드는 힘이 된다. 고부갈등을 부계가족 내 여성 간의 불화와 마찰로만 보는 것은 협소하다. 각자를 지키는 힘도 되었고, 복종이 아닌 연민과 성찰의 마음도 키워주었다. 먼저 간 시어머니도 집 나갔다 자식들 때문에 돌아왔었고, 이 할매도 도망갔다 ‘젖이 퉁퉁 뿔어가 기어 들어왔’단다. 누가 어떻게 망가뜨려도, 버티며 살려내는 사람들이 있다. 1월에 물으니 허리가 곯아 농사는 끝이라던 양반이, 3월에 가니 집 근처 밭을 이쁘게 갈아놓았다. 영감이랑 수십년간 어느 부자네 산과 묘를 갓지기 해주고 얻은 밭이다.

“올개는 머 별라 안 숨굴라꼬예. 콩 쪼매 숨구고, 들깨 쪼매 숨구고 마, 파랑 팥이랑도 쪼매만 숨구고, 채소는 마 상치 꼬치 그런 거 몇 개 숨궜다가, 나중에 배치나 쫌 숨구고. 머 이제 별라 안 숨굴 꺼라예.”

병원비가 더 들어간다는 타박은, 농부가 아닌 이들의 타산이다. 가뭄과 장마가 이어지는 지금, 물 대고 물 막느라 할매들은 한글반을 자꾸 빼먹는단다. 이 골짝 표로 국회의원이 됐던 박근혜는, 대통령까지 해먹고는 감옥에 갔다. 숱한 대통령들이 성쇠를 거듭하고, 숱한 진보들이 갈아엎겠다고 외치는 동안, 할매들은 밭 갈고 ‘개돼지’ 키워 자식들 세상을 건사했다. 달성과 성주와 밀양과 강정의 노인네들이 묻는다. “문재인이가 되마 머시 달라집니꺼?”

없는 사람들 말을 글로 옮기다 보면, 힘도 맛도 가락도 깎인다. 게다가 못 배운 사람들 말을 배운 사람들이 알아먹지 못한다. ‘말 쓰기’에서는 알아먹기 위한 손질만 하고, 최대한 말 그대로를 옮기고자 한다. 가독이 어려운 김에 공부들을 해봤으면 한다. “내 살은 거럴 우예 다 말로 합니꺼?”는, 서울이나 산골에서 없이 산 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넋두리다. 글보다 말보다 ‘살은 거’가 진짜다. 말이 되지 못한 속앓이와 쏘가지와 말없음을 느리게 헤아려주기 바란다.

구술생애사 <할배의 탄생> 저자

*‘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연재를 마치고, 구술생애사 기록 작업을 해온 최현숙씨가 새 칼럼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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