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팀장 우리는 철도를 오해한다. 첫번째 대상은 ‘레일’이다. 레일은 만날 수 없는 운명을 말한다. 두번째는 ‘기관차’다. ‘마주 달리는 기관차’는 극단적인 맞대결을 일컫는다. 두 가지 모두 사실과 다르다. 레일은 열차를 달리던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겨가도록 하는 장치인 분기기 덕에 만나고, 마주 달리는 열차는 관제를 통해 한 열차는 본선, 다른 열차는 대피선으로 비켜 가도록 교신해 사고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는 궤도가 놓이고 열차가 달려야 비로소 길이 된다. 철도 효율은 역·플랫폼·여객열차·화물열차·복선·복복선 등 구성 요소에 첨단과학이 조화를 이룰 때 극대화한다. 철도가 육상을 대표하는 대량운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토목·과학·경영 등이 조화를 이룬 데 따른 결과다. 시속 300㎞급 고속철이 등장했다. 고속철은 지역 간 거리를 단축하는 속도 혁명을 이뤘지만, 철도의 효율을 따지는 기준을 ‘돈’으로 바꿔놓았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이 본격화했다. 아무리 빠르다지만 4인 가족이 서울에서 부산을 다녀오려면 교통비만 얼추 50만원이 든다. 그래도 고속철 요금이 외국보다 싸다고 한다. 당국은 꼭 이럴 때만 외국 사례를 내세운다. 간선망이 고속철로 바뀌고 번쩍번쩍한 역사가 들어서는 사이 100년 동안 서민의 발로 자리매김했던 비둘기호, 통일호의 흔적은 희미해졌다. 한국의 철도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남북 간 물꼬를 트는 상징성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 남북은 공동 운영규칙인 철도의정서에 합의하고 1년 동안 화물열차를 시험운행했다. 운송량은 미미했다. 남북철도가 정기노선이 됐다면 현재 철도 경영 논리로는 적자 노선으로 찍혀 폐선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철도 공공성 강화 방안’ 보고서를 마련했다. 코레일과 에스알 통합, 차량임대·정비 분할 중단 등 철도 통합이 뼈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철도의 공공성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통합’의 후속 조처가 시작된 것이다. 통합은 철도의 목표가 아니다. ‘공공성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흑자를 내야 한다. 여객은 포화상태이니 화물에서 수가 나와야 한다. 철도 중심의 일관 물류체계를 갖추고 대륙으로 운송길을 여는 것뿐이다. 국제경쟁력은 정부와 정치의 영역이다. 통합이 시작되면 철도의 시간은 5·24 조치를 풀어내고, 2006년 중단된 남·북·러 철도운영자 회담으로 돌아가야 한다. 열쇳말은 ‘나진항’이다. 통합 한국 철도는 나진항 개발과 북한 철도 개량사업의 주체로 구실해야 한다. 중국 동북지역의 수출 화물이 나진항으로 가는 최단거리 철도인 무산선을 개량하고, 동서 물류 불균형을 보완하는 대안인 벌크 컨테이너 생산기지를 북한에 건설하는 등 북쪽의 인력과 자원,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 경제협력 모델을 시도해야 한다. 침목 공장 재가동과 발전설비를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연탄은 북쪽의 석탄광산에서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은 신의주, 나선 등 4곳에서 대륙철도와 연결돼 있다. 한국 철도가 대륙철도로 나가려면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고 운송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다. 대륙철도 물류는 국경을 통과한다. 통과 국가들과 운송비, 화차 배정, 통관, 부가사업 등을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국영 또는 정부 보증이라도 있어야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 동북아 물류 허브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내년쯤은 남북철도, 5년쯤 뒤에는 한국의 대륙철도를 타고 취재하고 싶다.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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