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지난 주말 남산예술센터에서 서현석 연출의 <천사-유보된 제목>에 관객으로 참여하였다. 이 공연에는 한 회당, 한 명의 관객만 입장할 수 있다. 관객은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장비를 쓰고 극장 앞까지 걸어간다. 극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 장비들을 벗는데, 극장 안에서의 상황이 실재인 동시에, 가상현실의 연장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주기 위한 연출 의도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공연에는 단 한 명의 배우만 출연하며, 이 배우는 관객에게 극장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천사-유보된 제목>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관객이 나 혼자였다는 사실이었다. 텅 빈 극장에 천사로 짐작되는 배우와 단둘만 있는 경험은 꽤 특별했다. 내 자신과 내가 서성이는 극장 공간에 대해 오롯한 집중이 가능했다. 극장에 들어가서 텅 빈 무대 앞의 아무도 없는 객석에 잠깐 혼자 앉아 있었다. 불이 꺼졌다 다시 켜지면서, 멀리 맞은편에 긴 생머리에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천사 역할인 듯한 이 배우는 천천히 일어나서 슬금슬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배우가 다가오는 속도가 긴장됐고, 일관된 침묵이 불안했다. 나도 일어나서 같이 다가가야 할까, 인사라도 건네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공연 내내, 침묵과 분절된 신호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반복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의 소소한 제스처를 지켜보는 것이 불편했다. 계속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딴청을 피우자, 배우가 간절한 눈빛으로 쉭쉭 소리를 보내며 나의 시선과 관심을 요구했다. 한편, 나는 배우에게 실없는 농을 건넨다든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서 배우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렸다. 공연이 끝나니, 왠지 고약한 관객의 역할을 한 것 같아서 배우에게 미안한 감정마저 들었다. 다른 연극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배우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과 상호 긴장감이 사뭇 새로웠다.
서현석, <천사-유보된 제목>, 남산예술센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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