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선거에 나온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과제는 분명하다. 선거를 활동가들의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 분파적 차별성을 경쟁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과 사회적 의제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연대를 논의해야 한다. 모든 분파가 참여하는 상설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총노동 전선을 꾸려야 한다. 노동조합에 강의를 갔다가 흔히 겪던 일이다.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이어서 내가 강의를 하려고 연단에 오르는데 내려오던 위원장이 자신은 외부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우니 양해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막상 강의는 조합원들만 듣고 위원장은 듣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조합원들의 길흉사에다 상급조직 행사, 외부와의 연대 등 위원장의 일정에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노동의제에 대하여 조합원들은 잘 아는데 위원장이 정작 제대로 모르는 희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임금체계나 산별교섭에 대해 거의 무지한 위원장들을 쉽게 만나곤 한다. 무려 20년 전부터 수없이 교육이 이루어졌던 의제들인데도 그렇다. 이것은 매우 사소한 한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이밖에도 다른 여러 요인이 부가되어 노동조합 지도부는 조합원 대중과 자칫 괴리될 수 있는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당연히 지도부는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의 경험은 잘 알려주고 있다. 당장 최근의 사례로 사회적 조롱거리가 된 민주노총의 청와대 초청 불참 사건을 들 수 있다. 청와대와의 소통과 조직 내부의 미묘한 문제가 겹쳐 있었다는 사정을 들었다. 하지만 혹시 대통령이 첫걸음을 했던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한번 물어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집행간부의 행정적 어려움과 현장 노동자들의 간절한 정서 사이에 거리가 없었는지 한번쯤 돌아보았는지 궁금한 것이다. 현장과 지도부 사이의 거리를 얘기하는 까닭이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때문이다. 4명의 후보가 경쟁을 하며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외견상 80만 조직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며 촛불민심에 담긴 사회 양극화의 핵심인 노동문제를 대변할 지도부를 뽑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합원들은 어떨까? 적어도 필자가 거주하는 영남지역에서는 조합원들조차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주변의 노동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도부 자리를 다투는 활동가들과 조합원 대중 사이의 거리가 확인된다. 청와대 초청 거부 사건이 우연으로 읽히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런 거리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애초 민주노총의 직선제는 날로 약화되는 지도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어렵사리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드러났다. 지난번 최초의 직선제 투표율은 1차 62%, 2차 56%밖에 되지 않았다. 선거가 활동가들만의 것일 뿐 조합원 대중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최소한의 전술적 사고로도 금방 알 수 있다. 1997년 이후 우리 노동문제는 사회화되었다. 법 개정과 자본의 탈규제화가 원인이 되었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현안이 되었다. 모두 사회적 의제들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그동안 사회적 교섭의 외부에 있었고 이들 문제는 방치된 채 악화되기만 하였다. 사회적 교섭의 참여 논란은 별개로 치더라도 사회적 의제에 대응하려면 총노동 전선을 꾸리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바로 이 시기에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분파(정파가 아니다!)로 분열되었고 이후 분열은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사태로까지 심화되었다. 현장에서 모든 피해를 짊어진 조합원들이 지도부 선거에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선거에 나온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과제는 분명하다. 선거를 활동가들의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 분파적 차별성을 경쟁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과 사회적 의제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연대를 논의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문제는 모두 1997년 이후 20년 이상 쌓여온 적폐들이다. 고작 3년의 임기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들을 해결하려면 노동계급 전체가 힘을 모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합집행부 혹은 모든 분파가 참여하는 상설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장기적으로 대응할 총노동 전선을 꾸려야 한다. 교섭도 투쟁도 이 단위에서 이끌어야 한다. 위원장이 감옥에 있고 기댈 곳 없는 현장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지금 국면을 연대가 아니라 경쟁의 전술적 국면으로 읽는다면 그것은 분파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모리배 집단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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