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경강선은 안전할까 / 송인걸

등록 2017-12-12 17:56수정 2017-12-12 19:11

송인걸
충청강원팀장

경강선은 인천공항~서울~원주~강릉(284.3㎞) 구간을 운행하는 철도다. 평창겨울올림픽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22일 개통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제1터미널(6.4㎞) 구간은 새로 만들고, 제1터미널~수색(48.8㎞)은 기존 철도를 활용한다. 수색~서원주(108.4㎞)는 개량해 고속화했고, 서원주~강릉(120.7㎞)은 새로 건설했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37분, 서울에서 1시간54분이면 강릉에 도착하는 편리함 이면에는 한국 철도의 문제가 웅크리고 있다.

지난 9월13일 시설 개량 구간인 원덕역~양평역 사이에서 기관차들이 추돌해 7명이 사상했다. 앞선 열차와 거리가 근접하면 뒤 열차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열차자동방호장치(ATP) 신호체계를 시험하던 중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하고 있지만, 열차의 위치를 알려주는 궤도회로가 오작동했다고 알려진다. 앞선 기관차가 실재하는데도 궤도에 장애물이 없다고 인식한 신호체계는 뒤 기관차에 달리라고 지시해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철도 당국의 대처는 땜빵 수준이다.

철도 건설이 주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용산~서원주 구간의 궤도회로를 교체하고 있다. 개통 이틀 전인 20일까지 221개를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공단 쪽은 “ㅅ사가 납품한 궤도회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ㅅ사도 오류를 인정했다. ㅎ사 것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ㅅ사, ㅎ사는 모두 기존 고속철도에 궤도회로를 납품해왔다. ‘ㅅ사가 납품한 다른 철도의 궤도회로는 오류가 없을까?’ 공단 쪽은 “ㅅ사, ㅎ사 제품은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다. ㅅ사가 2016년~2017년 5월 사이 생산해 경강선에 설치한 것에서만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궤도회로 교체는 부품을 바꾸는 것일 뿐이다. 사고 책임은, 문제가 있는데도 열차를 시험운행한 코레일에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코레일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용산~서원주 구간 중 9곳에서 한달 동안 15차례나 궤도회로가 오작동했는데 코레일이 조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은 ㅅ사가 인정했다는 제작 잘못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오작동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공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레일은 “공단이 지난해 60% 대 40%이던 코레일과 공단의 일반철도 시설 개량 비율을 2020년까지 20% 대 80%로 확대하려고 한다. 시설 개량은 열차를 운행하면서 시행하므로 코레일이 맡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시설 개량을 했다면 오작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최근 발생한 독일 열차 추돌 사고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높여준다. 지난 5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각)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메어부슈-오스터라트역 인근에서 내셔널익스프레스사의 여객열차가 독일 철도청의 화물열차를 추돌했다. 최소 47명이 사상했다. 철도 전문가들은 두 운영사 간 소통 부족으로 한 선로에 2개의 열차가 운행하는 오류, 직원 잘못, 기술적인 시스템 문제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분석한다.

경강선 사고는 한 선로에서 충돌회피 시험 운행을 하는 도중에 발생했다. 당시 공단과 코레일은 다른 무전기를 사용해 서로 교신하지 못했다. 혹시 두 기관은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통 일정에 쫓겨 궤도회로 등 문제점들을 방치한 채 시험운행한 것은 아닌가?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철도 통합의 필요성도 명분을 얻고 있다. 새 코레일 사장과 새 공단 이사장이 철도 안전을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