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서 왕겨나 말린 분뇨 등 바이오매스를 화로에서 연소해 취사와 난방을 하는 인구는 30억명에 이른다. 시커먼 검댕은 한 해 4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팀이 인도 현지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취사용 화로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해물질이 실험실에서 추정했던 것보다 2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조사한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에서 캠핑에 사용하는 바비큐 시설이나 숯불구이 음식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0%를 웃돈다. 생명 유지 활동이 생명을 위협하는 역설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미세먼지가 식물에까지 해로울지는 미지수다. 미국 와이오밍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시에라네바다산맥 남부의 볼드산 화강암 정상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땅속에서뿐만 아니라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에서 날아온 먼지 속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먼지 속 영양분 의존도는 토양 속 영양분 의존도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많았다. 연구팀이 ‘전지구 침식률 데이터베이스’와 ‘전지구 분진유입 모델’ 등을 분석해보니 미국 애팔래치아산맥과 서부 유럽 생태계의 먼지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근래 과학계는 ‘크리티컬 존’(임계영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자연환경과 인간의 생활환경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식생, 토양, 지질, 지하수계 등 근지표환경의 영역을 일컫는 용어로, 생태계를 넘어 모든 지구환경에 대한 종합적 탐구를 추구하는 흐름이다. 배경에는 “지구는 놀라운 방법으로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2001년 미국 국가연구위원회가 처음 새로운 연구 분야로 제안한 이래 각국이 70여곳의 크리티컬 존 관측소를 설치했다. 한국은 최근 학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해 강원도 영월 백룡동굴과 양구 펀치볼을 크리티컬 존 천연실험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