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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주 보통의 마을 2] 3개월 해임투표만 3번, 결국 병원행! / 남기업

등록 2018-01-24 18:05수정 2018-05-16 10:30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수원의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회장 남기업을 반대하는 다수 동대표들의 ‘행동대장’을 자처한 감사가, 임기 시작한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된 회장을 해임하겠다는 감사보고서를 정기회의에 제출했다. 해임 사유는,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는 회의록 공개, 공사 불참 등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감사보고서는 교회 안수집사인 관리소장이 쓴 것이었다. 관리소장이 회장 해임의 기획자 겸 실행자였던 것이다.

‘성실한’ 그들은 입주민 10분의 1이 서명한 해임동의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냈다. 해임동의서는 해임 추진자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받아야 하나, 대담하게도 그들은 경비원들까지 동원했다. 더구나 해임동의서에 서명한 가구를 직접 방문해보니 가짜도 상당했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서명도 들어 있었다. 다급한 나는 평소에 알던 주민들을 찾아가 해임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들은 내가 누굴 만나는지도 다 알고 있는 게 아닌가. 말 그대로 사면초가였다. 심장이 벌렁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선관위도 그들과 한통속이었다. 규정에 있는 투개표 참관인 신청도 거부했다. 하여 나는 그해 가장 추웠던 2016년 1월 말 마을 정문에서 출근하는 주민을 향해 피켓을 들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관위는 회장이 불법운동을 한다는 내용의 ‘불법’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내는 게 아닌가. 아파트의 모든 ‘공권력’이 일치단결하여 회장 쫓아내기 작전을 펼친 것이다. 나는 법원으로 달려가 불법적 해임투표를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해임투표 결과는 ‘부결’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사람들이 아니었다. 선관위는 내가 불법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표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재투표를 실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할 수 없이 나는 법원에 재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이번엔 법원이 인용해주어 2차 해임투표는 중지되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애초에 회장 선거가 잘못되었다며 회장 당선 무효를 선언하고 다시 회장을 선출한다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엔 수원시가 나섰다. 회장은 적법하게 선출되었으니 회장 재선거를 중지하라는 신속한 행정명령으로 재선거는 중지되었다. 그러자 선관위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또다시 3차 해임투표를 강행했다. 나는 또다시 법원으로 달려갔고 법원은 ‘3차 해임투표를 중지하라. 그리고 또다시 해임투표를 시도하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해임투표를 더 이상 못하도록 법원이 쐐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이렇게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진행된 해임작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3개월 동안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본업인 연구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동대표 활동을 제안한 지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결국 나는 심신이 지쳐 병원으로 가야 했다. 나를 비방하는 게시물이 승강기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해임투표 독려 방송을 3개월 내내 들어야 했던 가족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저들의 회장 남기업 해임작전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집요함’으로만 따지면 단연 금메달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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