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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청년인구 수 따질 땐가 / 황보연

등록 2018-01-28 18:02수정 2018-01-28 18:57

황보연
정책금융팀장

청년인구가 줄어들면 청년실업이 해소될까?

당정청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짜느라 분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가재난 수준으로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강조해왔는데,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전달됐는지 의문”이라며 다급함을 드러냈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1~2월에 경제현안에 대한 ‘끝장토론’을 16차례 벌이는데, ‘청년실업’으로만 이미 두 차례 토론을 마쳤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일자리 정부’로선 다급할 만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역대 최악이었고,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7%까지 올랐다.

그런데 혹여 일자리 정부가 청년인구가 급증하는 향후 몇년간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10일 새해 기자회견에 이어,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도 청년인구 변동을 주요하게 거론했다. “20대 후반 청년인구는 2021년까지 대폭 늘었다가 2022년부터 빠르게 감소한다. 향후 3~4년간은 긴급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청와대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인구학자(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배석했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5~29살 인구는 2016년 328만명에서 2021년 367만명으로 39만명 늘어난다.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경제활동에 나서는 시기다. 2021년 이후로는 2030년까지 다시 100만명가량 줄어든다. 이 때문에 “2022년 이후가 되면 청년고용 문제 압박이 많이 줄어들 것”(문 대통령)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2003년 10%를 넘겼던 일본 청년실업률이 2016년 5%로 뚝 떨어진 데도 인구감소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인구구조 변동 요인에 의존하다 보면, 변죽만 울리다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청년인구가 줄어든다고 청년고용이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탓이다. 저출산 심화로 25~29살 인구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09만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은 8.1%에서 9.0%로 외려 올랐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입시지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위 10%의 월평균 임금은 450만원인 데 견줘 하위 10%는 80만원으로, 임금 격차가 5.63배나 된다.(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일단 첫 직장을 얻으면 고용의 질이나 임금 수준이 고착화되는 탓에, 청년들은 오랜 기간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지난해 5월 기준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취업시험을 준비중인 청년만 71만명에 달했다. 이들 중 37%는 공시생이다.

경제·고용 전문가들은 중간 수준 이상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많은 데 견줘 준전문직 일자리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경기회복이 청년실업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한다. 청년인구 감소만 기다리고 있기엔 해결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인구 감소는 민간소비와 노동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암초가 될 수도 있다.

당장 급하다고 지난 10년간 숱하게 내놨던 백화점식 대책을 다시 늘어놓기보다는, 이제라도 격차 해소를 위한 비전과 계획을 제대로 보여주는 건 어떨까. 10년 혹은 20년이 걸려 다음 정부로까지 이어져야 할 중장기 과제가 될지라도 말이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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