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맥도널드 지점보다 많은 5만개의 총기 판매점이 있다. 술을 살 수 없는 미성년자가 총은 살 수 있다. 자살·타살·사고사 등 총기에 의한 사망자가 연간 3만3000명이다. 학교 총기참사로 17명이 숨진 직후 대통령이 ‘교사 무장’을 해법으로 내놔도 시민 44%(<시비에스> 설문)는 고개를 끄덕인다. 미국의 유구한 총기 문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영국 제임스 2세는 상비군으로 전제정치를 펴다 명예혁명으로 폐위됐다. 1689년 제정된 권리장전은 시민이 자기방어를 위해 무장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미국 개척민들에게도 야생동물과 원주민에 대항하기 위한 총기 소유가 허용됐으나, 과중한 세금으로 인한 무장 반발을 차단하려 1774년 식민지 무기 몰수를 단행했다. 1775년 4월 영국 정부는 미국인들이 보스턴 인근 콩코드에 무기를 저장하고 있다며 병력을 파견했는데, 그 길목 렉싱턴에서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됐다.(<미국의 총기 문화>, 손영호)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1791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1~10조 가운데 제2조에서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엔 수정헌법 2조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무기를 가진 연방 정부에 대항하려면 이제 모든 미국인에게 핵무기 소유권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조롱 섞인 문제제기도 나온다. 총으로 정부에 맞설 수 없는 변화된 시대, 아침에 학교에 간 자녀가 오후에 살아 돌아오리라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에 보낼 권리’ 같은 현실적인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아우성이다. 2016년 의회에 318만달러(약 34억원), 의회 밖에서 5440만달러(약 587억원)를 쏟아부었다는 전미총기협회가 언제까지 돈으로 ‘21세기 상식’을 옭아맬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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