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팀장 이번주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아래 재정개혁특위가 출범한다. 학계 및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특위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과제를 두루 다룰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특위에서 작성한 개혁 보고서를 올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다고 했다. 그런데 특위가 가동되기도 전부터 적잖은 우려가 밀려드는 이유는 뭘까? 첫째, ‘지각 출범’이다. 지난해 설치하기로 했다가 해를 넘기고 2월말에야 가동이 된다고 하니 한참 ‘지각’인 셈이다. 조세개혁은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과제인 탓에 정권 출범 초기부터 서두르더라도 추진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다른 국정과제에 견줘 후순위로 밀리는 인상이다. 특위 명칭이 ‘조세·재정개혁특위’로 쓰이다가 올초부터 ‘조세’를 뺀 재정개혁특위로 바뀐 배경도 석연치 않다. 청와대 쪽이 광의의 ‘재정’ 개념에 조세를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바꾸자고 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포괄적인 조세개혁 과제를 마련하는 데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둘째, 여당의 ‘핀셋증세’ 기조가 끼칠 영향이다. 지난해 여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 가운데서도 ‘초’자를 하나 더 붙여 ‘초고소득·초거대법인’에 대한 핀셋증세를 주도했다. 연간 3조4천억원 정도 세수가 확보되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조정이 뼈대였다. 핀셋증세의 본질은 ‘찔끔증세’라는 평이 이어졌다. 이런 기류는 최근 현안으로 부상한 보유세 개편에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고가 부동산 보유 비용이 높지 않고 투기 수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여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 마시라”며 보유세 인상 범위를 다주택자로만 제한했다. 강남 고가 부동산 한채만 보유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저가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이들과의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0원(평균 공시지가 11.6억원 적용 때)이라는 추계가 나와 있다. 이런 핀셋증세 기조가 여러 세목에서 통용될 경우,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밑돌아 세수 기반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조세정책의 기본 목표를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도 오이시디의 절반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초과세수’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경계할 대상이다.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수대박’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애초 본예산보다는 23조1천억원, 추가경정예산보다 14조3천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임기 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쓰는 재원 가운데서도 큰 비중(60조5천억원)을 차지한다. 자칫 초과세수는 세금이 잘 걷히고 있으니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약화시키는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초과세수는 정부의 보수적 세입 전망과 경기회복, 부동산시장 호조 등에 의한 복합적 결과여서, 마냥 의존할 수는 없는 현상이다. 2016년 기준 지디피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0.4%로, 오이시디 평균(21.6%)에 근접하려면 더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보다 전략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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