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마쓰시타 회장이 존경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은퇴하면서 자식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거의 대부분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일본 여행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손꼽는 곳으로 ‘나오시마’라는 관광지가 있다. 일본의 세토나이카이에 위치한 섬으로 섬 전체가 미술작품들로 덮여 있어서 ‘예술의 섬’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섬의 유래가 남다르다. 원래 산업폐기물로 오염되어 버려진 섬이었던 것을 출판업으로 돈을 번 베네세그룹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이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이 전혀 나서지 않고 건축가·미술가 등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애초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구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오시마의 공익성을 훨씬 앞지른 사례가 일본에 또 있다. 오하라 미술관이다. 오카야마현의 소도시 구라시키에 있는 이 미술관 역시 방적공장으로 큰 부를 축적한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설립한 것이다. 1992년에 설립된 나오시마 미술관보다 훨씬 이른 1930년에 설립된 이 미술관에 오하라는 돈만 대고 미술관의 컬렉션과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친구였던 화가 고지마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였다고 한다. 더구나 기업의 소유로 남아 투자수익을 회수한 나오시마 미술관과는 달리 오하라 미술관은 아예 기업의 손을 떠나 별도의 공익법인으로 독립하여 말 그대로 완전한 기부로 남았다. 그런데 이 오하라라는 자본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미술관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기부를 하였는데 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가 바로 그것이다. 오하라는 여기서도 또한 당대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연구소 운영을 일임하고 자신은 오랜 기간 재정적 후원만 하였다. 연구소는 오하라와 무관한 독립재단으로 운영되다가 오사카현에 귀속되었고 현재는 호세이대학에 속해 있다. 1919년에 설립되어 이제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 연구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회사연구소와 더불어 사회사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 자본가들의 얘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두 전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연루되어 논란에 휩싸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을 보면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원래 일본 자본을 롤모델로 삼아 자라난 기업이다. 기업의 물적 토대 자체가 일제가 남긴 적산을 이어받으며 형성되었고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일제 치하에서 경영의 경험을 쌓았다. 이 회장은 연말 종무식을 끝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자본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다듬은 다음 2월께 귀국하여 구상을 밝히는 일로 유명했다. 흔히 “도쿄 구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섬유·식품에 몰려 있던 기업의 주력을 전자로 바꾸는 과감한 전환도 바로 일본 자본가들에게서 얻은 영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창업주가 이처럼 일본에 깊이 경도된 삼성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걸어온 행보를 보면 도대체 일본에서 무엇을 배운 것인지 의아스러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이병철 회장 당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마쓰시타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 자주 손꼽혔다. 이 회장도 마쓰시타 회장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런데 마쓰시타 회장이 존경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은퇴하면서 자식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거의 대부분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피해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었고 그것도 나중에 자식들끼리 재판으로 다툴 정도로 떳떳지 못한 방식을 통해서였다. 주식을 종업원에게 나누어주는 일은 농담으로도 아예 근처에 가본 적이 없었다. 연구소와 미술관을 건립하였으나 모두 공익과는 거리가 먼 사익에 봉사하였고, 특히 미술관은 회장의 비자금 마련을 위한 돈세탁에 연루되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2대 회장인 이건희 회장도 자식에게 불법으로 경영권을 넘기다가 유죄선고를 받았다. 삼성은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일본의 소니를 따라잡았다고 자축했지만 일본의 기업가정신은 어떻게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국정농단을 틈타 사익을 취한 범죄로 법정에 선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풀려나자 온 나라가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것으로 모자란 것인지 다시 노조탄압 문건까지 쏟아내며 명실공히 공공의 적을 자처하고 있다. 친일파가 아닌데도 내게는 오하라 쪽에서 향기가, 삼성 쪽에서 악취가 난다. 같은 국적인 것이 창피하다. 우리를 대표한다는 이 자본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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