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매크로 / 구본권

등록 2018-05-09 18:50수정 2018-05-09 20:02

지방자치단체 공설운동장 예약 페이지도 매크로로 인한 피해가 커서, 이용자들의 협조를 안내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설운동장 예약 페이지도 매크로로 인한 피해가 커서, 이용자들의 협조를 안내하고 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은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온라인 매표가 시작되면 1~2분 만에 매진된다. 지난해 4월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예매엔 동시접속자 90만명이 몰리는 대란이 빚어졌다. 예매 시각에 맞춰 아무리 빠르게 클릭해도 구매에 성공하긴 어렵다. 표의 상당량이 매크로를 돌린 암표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매진된 표는 10배 넘는 가격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다.

매크로(Macro)는 일련의 컴퓨터 조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간단한 프로그램이다. 문서작성기와 수식계산 프로그램에서 매크로를 만들어 쓰면 단순반복 작업을 하지 않아도 돼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 매크로를 자유자재로 쓰는 직원은 엑셀의 달인으로 불린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일찌감치 매크로가 문제됐다. 게이머의 조작 없이 캐릭터를 키우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이다. 자동사냥은 피시(PC) 게임에서 허용되지 않고 단속 대상이었는데 모바일에서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사냥을 탑재한 몬스터 길들이기 게임이 성공한 뒤 자동사냥은 기본기능이 됐다.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일일이 조작을 하지 않고 영화처럼 지켜만 보고 있는 이유다. 좁은 모바일 화면에서 복잡한 조작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금기시되던 자동사냥을 수용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수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문명이 진보한다는 것은 사람이 의식적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매크로를 비롯한 각종 자동화 도구의 증가가 문명의 진보 대신 새로운 병폐와 모순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이 편리해지고 자동화될수록, 공동체가 기술의 작동방식과 영향을 파악해 통제하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 민주적 소통 공간으로 기대받아온 여론 공간이 한줌의 선동꾼들이 조작하는 무대가 된 이유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