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팀장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어느 정도입니까?”(기자) “그 영향만 정확히 떼어내서 파악하긴 어렵습니다.”(통계청 담당자) 올해 들어 통계청이 매달 고용동향을 발표할 때마다 기자 브리핑에서 단골로 나온 문답이다.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이냐는 질문이지만, 속시원한 답변이 나올 리 만무하다. 취업자 증감에는 경기변동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준다. 최저임금 영향만을 따져보려면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봐야 한다. 표본가구한테 현재 상태를 묻는 경제활동인구조사만으로는 따져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에도 고용동향이 나올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두고 ‘소모적’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소모적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정확한 실태분석 없이 사실상 ‘정쟁’에 가까운 논쟁만 반복되고 있어서다. ‘2라운드’라 할 수 있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본격화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인상폭을 낮추고 싶은’ 쪽에선 최저임금이 최근 고용부진의 주범인 양 지목한다. 지난 2~4월 석 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쳐, 고용사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된 점이 빌미가 됐다.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음식점·숙박업, 임시·일용직 등의 취업자 감소도 근거로 동원된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공약으로 ‘최저임금 합리화’를 내건 맥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식점·숙박업 취업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2016년 하반기 이후 줄어드는 추세였다. 임시·일용직 감소에는 건설경기 침체가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도, 최저임금을 줘야 할 직원을 둔 경우는 증가하는 반면 직원을 두지 않은 ‘나홀로’ 자영업자들이 줄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 보수 야당의 침소봉대식 공세뿐 아니라, 소모전이 반복되는 책임에선 현 정부 경제팀도 자유롭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은 제이(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의 간판 정책이나 다름없다. 아직 다양한 정책수단이 병행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짊어진 무게는 애초 예상보다 훨씬 커진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충분한 영향 분석이나 평가에 나서기보다는 대선에서 약속한 ‘최저임금 인상’ 추진 일정을 맞추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당정청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경제활동인구조사·사업체노동력조사·고용보험자료 등을 이용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근로시간이 줄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담겨 있다. 전문가 일부는 “기업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한 것은 고용 조정의 전 단계로 볼 수도 있다. 혹여 청와대가 이런 신호는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한다. 이제라도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이나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확대해석을 줄이려면 정부가 제대로 된 영향 분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실증 분석이 이루어지려면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은 산업 단위 분석 외에 기업 단위의 여건과 판단도 파악해야 한다.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0일에야 뒤늦게 “상반기 중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보려고 한다. 사업주 입장에서 어느 정도 수용성이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할 것”이라는 말을 꺼냈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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