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5월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공정한 심의를 약속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매출 1010억달러(한화 110조원)의 미국 7위 기업, 직원 수 2만1천명,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에너지 기업 엔론이 2001년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기 직전 해에 밖으로 비친 모습이다. 엔론은 특수목적법인(SPC)에 부실을 떠넘기는 식으로 15억달러(한화 1조7천억원) 규모의 회계부정을 일삼은 게 들통나 결국 그해 12월 파산했다. ‘회계부정의 대명사’로 각인된 엔론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에게 떨어진 벌은 징역 24년형이었다.
국내법에서는 회계부정에 내리는 최고 형량이 징역 7년이다. 애초 3년이었다가 엔론 사태 뒤 단계적으로 높인 게 이렇다. 많이 지적돼왔듯 최고 형량을 채운 기업인은 없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엔론의 10배를 웃도는 21조원의 분식회계에, 약 10조원의 사기대출로 징역 8년6개월을 최종 선고받았지만 2년 만인 200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법규상 처벌 수준을 따지기에 앞서 국내에선 회계부정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부터 흐릿하고 수상쩍다. 가루(粉)칠을 해서 꾸민다(飾)는 ‘분식회계’는 회계부정이나 장부조작, 회계사기라는 본뜻을 ‘분식’한다. 부러 흐리멍텅한 용어를 채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최종 판가름할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첫 회의가 7일 시작된다. 문제를 제기한 금융감독원은 고의적인 분식회계(2조원 가까운 부당이익 계상)였다 하고, 삼성바이오는 적정한 회계처리였다고 반박한다. 앞서 세 차례 열린 금융위 감리위원회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증선위도 한 차례 회의로는 마무리짓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어느 쪽이든 증선위가 법과 원칙대로 말끔한 결정을 내려 ‘분식’했다는 시비를 벗어나는 게 금융당국에도, 궁극적으로는 회사에도 이로울 것 같다.
김영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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